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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Aug 28. 2023

수술일기 (6)

드디어 퇴원의 날이 밝았다. 


어제저녁 링거를 떼고 난 다음부터는 마치 나일론 환자처럼 씩씩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잘 때도 좌우로 돌아누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새벽 채혈로 아침을 열고 마지막 아침밥을 먹었다.


팔이 자유로워지니 나도 다른 분들의 식판 정리를 도울 수 있었다. 


씻지 못해서인지 어디선가 꾸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두통도 느껴졌다. 


빨리 집에 가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을 오셨고, 전에 있던 팔꿈치 통증은 어떤지 물으셨다. 


당연히 괜찮고, 이렇게 안 아파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퇴원하는 날에서야, 수술은 잘 되었나요?라고 물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거라며 수술을 잘 됐고 특별한 이슈는 없다고 하셨다. 


드레싱을 위해 외래 일정을 잡고 퇴원수속을 기다리며 영화를 한편 봤다. 


아무 죄책감 없이 먹고 눕고 쉬는 생활은 이제 마지막이구나, 약간 아쉬워하면서.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병원에서처럼 합법적이고 편하게 쉬진 못하지 싶었다. 


드레싱을 하고 새 붕대를 감고 수납을 마쳤다. 


짐을 싸고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남편이 깨끗하게 집을 치워두었다. 고마웠다. 


시원하게 샤워까지 마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역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수술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구나. 


수술 전날 오들바들하며 썼던 수술일기 1편에 적었던 것 중 그 어느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삶은 단 한 번도 내가 예상하거나 걱정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부정적인 일일수록 더욱 그렇다. 


물론 걱정보다 더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이라면 '미리 걱정하고 대비해 두었으니 이 정도지'라는 꼬인 생각으로 마무리했겠지만, 걱정은 아무 힘이 없다.


지금은 그저 감사함으로 마무리 지을 따름이다. 


능력 있고 다정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신 데 대한 감사, 


별 탈 없이 수술을 마치고 각종 마취제와 진통제가 몸에 잘 맞았음에 감사, 


조용하고 친절한 입원실 메이트를 만나게 해 주셨음에 감사, 


입원기간 동안 잘 지내준 가족들에게 감사.


걱정이 감사로 바뀌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사실은 아직도 일과 관련한 걱정들이 많다. 


불안정하고 부족한 게 많지만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튼튼해진 팔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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