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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Sep 04. 2023

이루 말할 수 없는 조급함에 대하여

퇴원 후 이틀에 한 번씩 드레싱을 다니며 요양을 하고 있다. 


사실 집에 오자마자 생각보다 살만해서 깁스를 한 채로 이것저것 일을 했다. 


일이라고 해봤자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이 전부였으므로, 약기운에 큰 통증 없이 병원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치웠다. 


주변에선 그냥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 내가 일을 멈추면 그대로 수입이 멈추는 프리랜서라고. 그대들이 돈을 줄 것도 아니면서 너무 쉽게 쉬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진심 어린 걱정까지 고깝게 들릴 정도로 마음이 조급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이 줄었는데 엎어진 김에 수술까지 받으니 정말 팔다리가 꽁꽁 묶인 기분이다. 


월요일에 퇴원을 하고 일주일 동안 일하다가 금요일 드레싱에 갔는데 수술부위에 자꾸 피멍이 번지고 통증도 있었다. 


차마 의사 선생님께는 일을 했다고 말은 못 했지만 여간 찔리는 게 아니었다. 


일을 더 많이,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한 수술인데, 이대로 가다간 괜히 덧나서 팔이 망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붙잡고 주말엔 쉬기로 했다. 


잘하고 다니지 않던 팔걸이도 열심히 걸고 다녔다. 


외부 일정이 많았던 탓에 붕대와 팔걸이 때문에 어찌나 덥고 힘이 들던지. 


진통제와 약기운 때문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과 졸음이 항상 따라다녔고 삐질삐질 진땀이 흘러 하루종일 짜증스러웠다. 


꼬박꼬박 낮잠을 자고도 밤에 기절하듯 잠이 들어 아침엔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딱딱한 깁스가 닿는 곳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아프고 욱신거리고 칭칭 감긴 붕대는 더우면 땀에 젖었다. 


퇴원하고 줄곧 시원한 집에 혼자 있다가 여기저기 외출해서 돌아다니려니 정말 너무 힘들고 곤욕스러웠다. 


주말 이틀을 견디고 삼일 만에 드레싱 가는 길이 어찌나 설레던지..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제발 딱딱한 부목만 빼면 안 될까요? 열심히 가만히 있을게요, 진짜 잘 안 쓸게요 하고 맨달려봤지만 허허 웃으시며 아직 이르다고 하셨다.


안 움직이고 싶어도 쓰게 될 거라면서, 그러면 실밥이 터진다면서..


어쩔 수 없이 원망스러운 부목을 다시 팔에 칭칭 감고 돌아왔다.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거 말고는 딱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나에게는 버겁다. 


이렇게 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이참에 마음 편히 쉬라는 애정 어린 조언도 공허하다. 


당장 큰돈이 되지 않는 일을, 꿈을 따라가려니 이토록 마음이 급하다.


일 하려고 팔 고쳤는데, 할 일이 없어져 버린 기분이랄까. 


지금은 몸도 마음도 근이완제와 강한 진통제에 휘둘리고 있는 느낌이다. 


마음이 복잡하니 글도 횡설수설이다. 


마음이 예민하다 보니 자꾸 글도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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