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계속 약을 먹느라, 그리고 팔이 불편하단 이유로 배달음식을 달고 사느라 위가 망가졌다.
지난주 급체한 이후로 내장의 컨디션이 잘 돌아오지 않아 어저께부터 밀가루를 자제하고 있다.
원대한 꿈은 탄수화물 끊기였으나 대자연이 찾아오며 그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밀가루를 안 먹으니 세상 모든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고기를 씹고 있는데도 아무 맛도 안 느껴지고 아이가 먹고 있는 짜파게티가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결국 몰래 한 젓가락 먹었는데, 맛있다는 감각보다 패배감이 먼저 들어 씁쓸했다.
한 젓가락 무너졌지만 조금 더 가보기로 하고 오늘, 밀가루 끊기 이틀차.
지구를 부술뻔했다.
호르몬 때문인지 밀가루 금단인지 뭘 먹어도 계속 허기가 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욕이 튀어나왔다.
참자, 달달한 고구마로 때워보자고 이성의 한 조각이 소리쳤는데 그 순간 고구마에 대한 증노가 샘솟았다.
결국 며칠 전부터 너무 먹고 싶었던 순대와 김말이, 그리고 죠리퐁 프라페까지 먹고 나서야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분노가 가라앉으니 그제야 간식으로 고구마를 썰어먹을 마음이 생기더라.
이 맛있고 달달한 고구마는 죄가 없는데. 아깐 정말.. 죽이고 싶었다..
엽떡도 먹고 싶지만 그건 참아보겠다.
순대로 되찾은 이성은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