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결핍

- 상처는 반드시 아문다 -

by 슈크림빵

아까 만난 그도 처음부터 진상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런저런 환경 속에서 속상, 분노, 화의 감정들을 덧입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모습이 되었을 테지요. 그가 가진 본래의 선한 모습을 기억하는 그 누군가는 분명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시대, 혹은 마주한 상대에 의해 충분히 변할 수도 있습니다. 조선을 침략한 외세에 맞서기 위해 바느질만 하던 고운 손에 총을 들었던 고매한 애신 애기씨를 봐도 그렇고요.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아담의 경우도 그런 예이지요.


아무런 근거 없이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가 아닐테니까요. 맹자 이전에도 성선설을 주장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시경(時經)에 '하늘(天)이 만백성을 내시니 물(物)이 있으면 법칙도 있다. 백성들은 변치 않는 그것을 잡고 그 아름다운 덕(德)을 좋아한다.'라고 하였으며..

공자(孔子)는 "성(性)은 모든 사람이 서로 가깝지만 습(習)에 의해 서로 멀어진다"라고 한,, 성(性)의 의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흰 도화지에 빨간색 물감을 떨어뜨리면 빨간 점이 새겨지듯, 누군가를 만나느냐 혹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본래의 성질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좋은, 그렇지 않은 기억들이 있습니다. 싸잡아서 욕하기는 싫습니다.


밥물도 못 맞추던 요리 초보도 부엌일 1년이면 눈감고도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내죠.

연년생 사내아이와 종일 씨름하다 보면 엄마는 자연스레 슈퍼 히어로가 됩니다.

가족이 생기면 남자들은 간도 쓸개도 집에 떼어 두고 일터로 갑니다.

계획에 의해서가, 의도한 것이 아닌 그저 살아가다 보니 몸에 새겨지는 주름 같은 거지요.

즉,,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듯, 애초부터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저런 세상의 모진 풍파를 만나 파이고 쓸린 상처가 도드라진 것뿐입니다.

상처를 보듬자는 게 아닌 온전히 아물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겁니다.

때론 내게도 원치 않는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2975


2012년에 개봉한 <건축학개론>에 등장한 '서연의 집'입니다.

카페 곳곳,, 액자와 사진들뿐 아니라 주연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동판과 소품들이 전시되어 영화 속 추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았어도,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영화 내용이 가물가물해도 상관없습니다. 카페 안에 한 발자국 들여놓으면 2012년의 <건축학개론> 속으로 녹아들테니까요.

커다란 폴딩도어 너머로 검푸른 빛이 도는 남원읍의 위미 바다를 감상해 보세요.

우리는 십 년 뒤에 뭐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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