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urne No.1 in E♭ Major - John Field
안녕하세요, Reverie Etude에 오신 걸 환영해요.
첫 번째 작품, <봄이 속삭인 밤의 정원>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봄이 오기도 전에 여름이 먼저 찾아온 듯한 날들이 이어집니다. 벚꽃은 어느새 만개했고, 나비는 가볍게 날아다니지만 바람은 이미 초여름의 온기를 품고 있어요. 햇살은 눈부시게 선명하고, 공기는 바삭하게 맑죠.
봄이라기엔 조금 이른 듯한 이 계절, 어쩐지 두 계절 사이 어딘가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완전히 봄도, 아직은 여름도 아닌— 두 계절이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의 교차점.
감정도, 음악도, 그리고 기억조차도 그런 '틈'에서 피어나곤 하지요.
지금 여러분이 앉아 계신 이 작은 전시 공간엔 달력은 분명 4월을 가리키고 있지만, 창밖의 바람은 여름을 닮았고, 마음은 어느새 사랑이 피어오르려는 계절을 향해 열리고 있어요. 오늘의 음악은, 그 경계선 위에 조용히 놓인 한 장의 그림처럼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Reverie Etude의 문을 열며 꺼내놓을 첫 곡은,
그 찰나의 '틈'을 악보 위에 고요히 눕힌 듯한
John Field의 Nocturne No.1 in E-flat Major입니다.
이 곡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처음 숨을 쉬는 듯 시작됩니다. 모든 것이 아직 조용하고, 세상은 숨을 죽인 채 밤의 결을 감고 있을 때 — 그 정적 위로 은빛 선율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죠. 그 첫 음 '시♭'이 울리는 순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늦은 밤, 한 저택의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방.
그곳엔 꿈을 꾸고 있던 한 소녀가 향긋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침대 건너편의 가을색의 벽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고,
창문 밖으로는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 가지들이 바스락거리며 조용히 속삭이고 있어요.
하얗고 고급스러운 대리석 창문,
반쯤 열린 그 틈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살며시 들어와
부드러운 리넨 커튼을 살살 흔들며 춤을 추게 하고,
그 커튼은 마치 누군가가 ‘지금이야’ 하고 신호를 보내는 듯한 리듬으로 출렁입니다.
바람 한 줄기가 소녀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히고,
밝은 초승달빛 한 줄기가 창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와
방 안을 은색으로 물들이며 그녀의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죠.
소녀는 눈을 천천히 떴어요.
반쯤 잠든 얼굴, 약간 여린 장밋빛을 띠는 볼.
창문을 닫으려 다가가던 소녀는,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저 향기, 온기, 조용한 설렘 같은 것이었죠.
소녀는 무심코 침대 옆에 있던 담요를 둘러 입고,
발끝으로 조용히 복도를 지나 정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세상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정원을 마주합니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푸르스름한 빛의 나비들이 공기 속을 천천히 유영하고,
풀숲 사이로 반딧불이들이 조용히 반짝이며 떠오릅니다.
그 정원은 조용히 움직입니다.
시간이 고요히 멈추고, 오직 소녀만을 위해 숨 쉬는 듯한 풍경.
소녀는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 정원으로 나섭니다.
담요의 끝은 땅을 스치고, 이슬 맺힌 풀잎이 발끝을 간지럽혀요.
소녀가 숨을 들이쉬는 순간—
꽃이 피는 듯한 향기가 가슴 안쪽까지 밀려듭니다.
라벤더와 수국이 반쯤 핀 화단 옆을 지나,
어릴 적 자주 숨었던 올리브 나무 곁을 지나
소녀는 정원의 가장 깊숙한 곳, 작은 벤치 앞에 멈춥니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 눈을 감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 아주 조심스럽고 따뜻한 감정이 피어납니다.
외로움도 아니고, 단순한 기쁨도 아닌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고백처럼,
아무 말 없이 가슴 안쪽 어딘가를 천천히 적시는 감정.
소녀는 문득 고개를 들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이는 없어요.
그저,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짝 흔들렸고
하늘색 나비 한 마리가 그것에 놀라 조용히 날아오를 뿐.
어느 초여름 밤, 봄이 건네준 손길이 머문 꿈의 문 너머—
그 몽환적인 풍경을 온몸으로 안으며, 소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어봅니다.
이것은, 어느 밤의 정원에서 피어난 음악 한 조각.
존 필드의 야상곡은 그렇게, 한 소녀의 꿈결 속 몽환적인 정원을 천천히 지나가며 우리 마음에도 조용한 떨림을 남깁니다. 계절의 경계에서 잠시 멈춰 선 당신의 마음에 오늘 이 음악이 잔잔한 숨결처럼 스며들길 바랍니다.
Reverie Etude의 첫 번째 작품, <봄이 속삭인 밤의 정원>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계절,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