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낙엽, 첼로

Air on a G string - J.S. Bach

by 레브리 에튀드

안녕하세요, Reverie Etude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세 번째 작품, <낙엽, 첼로>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세상의 모든 음악이 사라지고 단 하나의 선율만이 남을 수 있다면 어떤 곡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주저 없이 바흐의 Air on a G string 택할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 조용하고, 이보다 더 깊숙이 마음을 감싸는 곡이 또 있을까요. 이 곡은 바흐의 오케스트라 모음곡 3번 D장조 BWV 1068 중 두 번째 곡 Air를,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August Wilhelmj)가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현에서만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하면서 G선상의 아리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름부터 이미 낮고 부드러운 울림을 품고 있는 곡. 마치 지친 하루 끝, 말없이 등을 쓰다듬어 주는 손길처럼 —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마음에 닿습니다.


클래식을 사랑하던 엄마의 품 안에서 자란 저는, 일요일 아침이면 늘 이 곡으로 하루를 맞이하곤 했습니다.
아직 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살며시 열려 있던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선선한 바람은 하얗고 얇은 커튼을 살랑살랑 흔들며, 방 안 깊은 곳까지 생기를 불어넣었지요. 그 아래 푹신한 카펫 위에 몸을 기대면, 그 바람은 가만히 제 볼을 스치고 지나가며 바흐의 선율과 함께 저를 천천히 깨웠습니다.


첼로의 낮고 깊은 음색이 아침 공기 속을 헤집듯 천천히 흘러나오고, 그 음표 하나하나는 마치 먼지에 깃든 햇살처럼 고요하게 거실을 물들입니다. 그 순간, 세상의 소음은 먼발치로 물러나고, 시간은 느릿하게 숨을 고릅니다. 부엌에서는 아빠가 막 내린 커피 향과 갓 구운 식빵 냄새가 번지고, 그 향기는 첼로의 선율과 함께 따스한 기억의 결로 남았습니다.


매 음이 내려앉을 때마다 공기엔 짙은 정적이 맴돌았고, 그 정적 속에서 저는 어떤 말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느꼈고,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따뜻함을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그건 어쩌면, 세상의 말보다 더 진실한 언어—음악이 제게 속삭이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 음악 속, 바흐의 Air on a G string 음표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제 마음의 풍경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숲은 오래된 숨결을 품은 듯, 조용하다.
가을의 끝자락, 밤을 막 지나온 숲 속엔 옅은 안개가 남아 있고,
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며 땅 위로 따스한 결을 그린다.
갈색 낙엽들은 바람도 없이 가볍게 내려앉았고,
짙은 나무 향이 차가운 공기 속에 부드럽게 퍼져 있다.


그 숲 한가운데, 잊힌 듯 고요한 외딴집이 하나 있다.
집은 작지만 단단하고, 이른 햇빛에 이마를 내민 듯 유난히 따뜻해 보인다.
창틀에는 누렇게 빛바랜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그 사이로 은은한 아침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작은 난로에선 불빛이 조용히 깜빡이고,
그 불빛은 벽과 천장을 천천히 데우며, 공기마저 포근하게 흔들고 있다.


방 안의 한 사람.
그녀는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나무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다.
곁엔 오래된 현악기가 놓여 있고,
그녀는 그것을 천천히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안는다.


손끝으로 나무의 결을 따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그리고 멈춘다.
곧, 첫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작고 낮지만 깊은 음이었다.
마치 아침 공기 전체가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퍼져간다.


지나간 계절, 지나간 얼굴들,
말로는 꺼낼 수 없었던 마음들이
그 선율 안에 조용히 풀려나고 있다.
벽난로의 불빛과 아침 햇살이 그녀의 옆얼굴을 감싸고,
음악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창밖엔 여전히 낙엽들이 따사롭게 깔려 있고
아침 햇살은 숲의 숨결 위로 금빛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숲은 말없이, 그러나 따뜻하게 그 소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마지막 음까지 조용히 연주한다.
슬프지 않았지만, 마음이 저릿했다.
그리움을 품은 따뜻함이, 고요히 번져갔다.


연주가 끝나고, 그녀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작은 찻잔을 들어 입을 대는 순간,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가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숲은 여전히 조용하다.
그러나 분명히, 그 안 어딘가엔 음악이 스며들어 있었다.
말로는 닿지 않는 어떤 마음이,
그 집 안의 시간 속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 곡은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편지처럼 다가옵니다.
그 편지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랑과 그리움, 희망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묻혀버린 소중한 기억들까지.


첼로가 음 하나하나를 눌러낼 때마다,
그 선율은 마치 부드러운 손길처럼 마음을 두드리고,
깊숙이 감춰져 있던 감정들이 조심스레 깨어납니다.


때로는 눈부신 햇살처럼 환하게,
때로는 섬세한 바람처럼 여리게 마음을 어루만지며,
이 곡은 시간을 넘어 전해지는 위로의 메시지가 됩니다.


복잡한 일상 속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고요한 선율—
여러분의 마음에도 이 따뜻함이 스며들어
소중한 기억이 함께 떠오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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