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지막 왈츠

Waltz in F minor, Op. 70 No. 2 - Chopin

by 레브리 에튀드

안녕하세요, Reverie Etude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 <마지막 왈츠>에 발걸음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데리크 쇼팽은 왈츠라는 춤곡의 형식을 빌려,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마치 편지를 쓰듯 조심스럽고 깊게 표현한 작곡가입니다. Waltz in F minor, Op. 70 No. 2는 그가 20대 초반, 폴란드를 떠나 파리에 막 정착했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지만, 생전에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인 1855년에 친구 줄리안 폰타나에 의해 조용히 출판되었습니다. 이 왈츠는 세 곡으로 이루어진 Op. 70 중 두 번째 곡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차분하고 내밀한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F단조로 시작되는 선율은 마치 오래된 편지처럼, 못다 전한 말들과 억눌린 감정을 조용히 풀어내듯 다가옵니다.


1835년경, 파리의 한 겨울, 쇼팽은 조국 폴란드를 떠나 망명객으로서 외로움과 불안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 한편엔 여전히 폴란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첫사랑 콘스탄차 그라드코프스카에 대한 그리움이 깊게 남아 있었지요. 일부 음악학자들은 이 곡을, 그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첫사랑에게 바치는 마지막 인사이자, 말하지 못한 고백의 춤이라 해석합니다. 무도회의 활기와는 거리가 먼, 마치 혼자서 추는 ‘사적인 춤’처럼 느껴지는 이 왈츠는 중간에 갑자기 밝아지는 장조 전환과 다시 어두운 단조로 돌아오는 흐름 속에 그의 지나간 추억과 현재의 쓸쓸함이 교차합니다.


이제 그 음악이 속삭이듯 들려주는 장면을 조심스레 여러분 앞에 펼쳐보려 합니다. 그저 아름답게만 들렸던 선율 속엔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었죠. 그날의 공기와 눈빛,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겨진 고백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차갑고 무거운 겨울밤이었다.
창밖에는 눈과 비가 섞여 내리고 있었다.
흰 눈송이는 회색빛 빗방울과 어우러져 땅 위에 얼어붙었고,
어둠 속에서 차갑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가 머물던 작은 방 안은 창문 너머 겨울 냉기가 스며드는 듯 싸늘했고,
불빛 하나 없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가 피아노 앞에 앉은 순간, 숨결처럼 희미한 아픔이 방 안 가득 스며들었다.


그는 먼지가 쌓인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꺼내는 듯 떨리는 손끝으로 고요하게 건반을 어루만졌다.
그 마음속 깊은 곳, 오래전부터 가슴을 짓눌러 온 이름—콘스탄차.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한 그 말들은 조용한 밤을 타고 무너지는 그의 숨결 속에 머물러 있었다.


밖의 눈과 비가 차갑게 창문을 두드릴 때마다
그의 마음도 함께 젖어들었다.
말하지 못한 사랑, 전하지 못한 마음이
차가운 빗속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방 안은 깊은 침묵으로 가득했고,
그는 마치 그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듯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은빛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던 그녀의 모습은
어느덧 눈발에 흩어져,
차가운 겨울 공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가 닿을 수 없었던 그녀의 손끝과
입술에 맺힌 말들,
그 모든 미처 전하지 못한 고백들이
사무치게 건반을 누르며
깊은 한숨처럼 마음 한가득 흘러내렸다.

흐르던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아

그의 가슴에 서서히 균열을 남겼다.


그의 입술은 무거운 비밀처럼 닫혀 있었고,
마음에 쌓인 서러움이 깃든 홀로 남은 왈츠가
손끝에서 흘러나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 사랑, 내 마음은 닿을까.”
그는 낮게 속삭였지만,
그 목소리는 전해지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 삼켜졌다.


겨울밤은 그렇게
사랑하지 못한 시간과 닿지 못한 마음을 안고
영원히 이어졌다.




쇼팽의 이 왈츠는 끝내 다 전하지 못한 사랑과 말들로 가득 차, 차갑고 고요한 겨울밤을 조용히 울립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 깊은 곳에 아직 전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품은 채 살아가죠. 그런 순간, 이 곡을 떠올려보세요. 말 대신 건반 위에 내려앉은 한숨과 그리움이,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입니다.


닿지 못한 사랑조차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 안에 오래 머무르기에, 그 아픔과 아름다움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듭니다.


Reverie Etude와 함께한 이 작은 여행이 당신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을 한 장면으로 남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리움과 사랑 사이에서 조용한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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