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by 이경보

(전에 올렸던 글을 이 연재에 자리매김하며, 보완 수정해 보았습니다.)


나는 공원 산책을 하면서 궁리했다. 그래, 내가 맨발 걷기 길을 만들면 되지 뭐.

공원을 돌면서 적합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도로변에서 좀 떨어져 조용한 곳이면 음악이나 강연 등을 들으며 걷기에 편하겠지. 근처에 수돗물이 있으면 걷고 나서 발을 씻을 수 있고, 나무들이 좀 우거지면 덥지 않아 좋을 거고. 일단 이 3가지 충족되는 곳으로 점을 찍었다.


그곳은 나무 열매, 나뭇가지, 돌멩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나뭇잎과 열매들이 겹겹으로 쌓여 있어 빗질도 쉽지 않았다. 과연 여기에서 맨발로 걸을 수 있을까?


땅에 꽂혀 있는 돌부리들을 손으로, 돌부리로, 나무 막대기로, 발 뒤꿈치로 치며 뽑아냈다. 나는 매일 10-15분 정도를 할애하여 내 집 앞마당마냥 빗질을 하고, 공간을 정리하며 길을 넓혀 나갔다. 3개월쯤 지나면서 짧은 일자형의 코스가 점점 길어졌다.




4개월이 되자 한쪽 코스를 길게 늘여 큰 나무를 가운데 두고 원형으로 길을 만들었다. 전혀 없던 운치 있는 예쁜 맨발 걷기 길이 만들어졌다. 산책하면서 매일 빗질하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관심을 보이더니 말을 걸어왔다.


“길을 예쁘게 만들었네요.” 공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맨발 걷기가 몸에 좋지요?” 40대 여성분.

“다음에 나도 여기서 맨발로 걸어야겠네요” 매일 공원에서 마주치며 눈인사하는 분.




나는 그분들께 와서 걸으라고 권했다. 그런 대화가 있고 이틀이 지난 후였다.

아침에 공원 산책을 갔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만든 맨발 걷기 길에 누군가 내 길에 이어 갈퀴로 나뭇잎과 열매들을 긁은 흔적이 있었다. 맨발 걷기에 동참하려는 이가 생겼나?! 나는 갈퀴로 정리된 곳에 한층 더 열심히 빗질을 했고 돌부리를 뽑아냈다. 그다음 날에도 누군가 또 갈퀴로 나뭇잎을 긁어놓아 맨발 걷기 길이 넓어졌고, 그 주변도 깨끗해졌다.


맨발 걷기 길은 점점 길어지고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짧은 일자 선에서 6자형, 8자형으로. 1달 전과 비교해 보면 길이 엄청 길어졌고 예뻐진 것이다. 이제는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로가 되겠지 생각하니 뿌듯했다.




[갈퀴와 빗질로 다듬어진 길(원래는 황무지 같은 곳이었음)]


빗질이라곤 해본 적 없는 거칠고, 맨발로 디디기가 두렵게 느껴졌던 그곳은, 수십 차례의 빗질을 통해 맨발 걷기 길로 탈바꿈되었다.




우리네 인생 길도 그렇지 않을까?

처음부터 나를 위해 마련된 길은 없다. 그러기에 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처음으로 걸아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며,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 싶어 의심스럽다. 그러나 한 발 두 발 내딛고, 매일 다니다 보면 어느새 그 길 위에 내가 있고, 내 안에 그 길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기도 한다.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에게 맞는 길을 개척해 나가고, 좁고 가늘었던 길은 어느덧 넓고 굵직한 길이 되어 간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놓은 그 길은 나중에 걸어올 사람들에게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열정을 솟으며 만들어놓은 길이 어느 날 무참히 무너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말자. 자신의 열정과 걸아가는 방향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라는 신의 메시지이기에.


[11월 태풍이 강타해서 맨발 걷기 길이 무참히 사라졌던 때가 있었어요.]

[태풍 지나고 간 후에 옆 쪽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어요. 이 쪽 길은 흙이 잘 마르지 않아 촉촉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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