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다른 두 아들

by 이경보

내게는 두 아들이 있다. 3살 터울이다. 큰 아들은 내가 박사 과정 2학년일 때 임신한 아이로, 예정일보다 3주 빨리 태어났다. 당시 나는 서른다섯이었다. 별이 된 첫아이의 아픔을 뒤로하고 찾아온 새로운 생명이라,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키웠다.


일본에서 육아책 한 권을 사서 그 책에 의지하며 첫아들을 키웠다. 당시엔 인터넷도 잘 발달하지 않았고, 유학 중이라 주변에 조언을 구할 어른도 없었다. 그야말로 한 권의 책이 나의 육아 지침서였다. 그러나 실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책에 적혀 있지 않은 수많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순간들을 겪으며, 큰아들이 점차 자라면서 나와 성격과 취향이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마저도 “99% 너를 닮았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닮았다고 해도 단순히 나와 같은 모습은 아니다. 나를 닮은 기본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한 존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여러 면에서 나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단 둘이 있을 때, 아무 말이 오가지 않아도 그저 편안하고 평온하다. 표정을 보면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은 때가 많다. 외국인인 내가 학과장이 되었을 때, 입시 면접 명단 60명 정도의 이름을 발음 한 자 한 자 성조 포함해서 알려주던 아이다. 그때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 10시가 넘어 피곤한 몸으로 귀가하면, 내 방으로 들어와 뒤로 나를 안아주곤 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자신이 위로를 받고 싶어서인지 모르지만, 그때 그때마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에는 "첫째는 책대로 키우고, 둘째는 돼지처럼 키운다"는 말이 있다. 첫 아이를 키울 때는 부모도 처음이라 더 조심스럽고, 책이나 이론에 의지해 세심하게 양육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유머스러운 표현이다. 반면에 둘째는 첫 아이 양육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기에, 첫째만큼 예민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집은 좀 달랐다. 둘째 키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첫째 때의 경험이 둘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두 아이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건 분명한데, 외모도 성격도 너무나 다르다. 첫째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외모를 닮았지만, 둘째는 나도 남편도 거의 닮지 않은 미남이다. 그럼에도 내 학생들이 둘째를 보고 나를 닮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나와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작은 아들은 나를 엄마로서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아들 하나만 있었다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엄마로 남았을지 모른다. 둘째 덕분에 나는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내 지혜와 인내심의 부족함을 깨닫게 된다. 그는 내가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음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존재다.




너무도 다른 두 아들이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내 능력 부족으로, 때로는 무지함으로, 또 때로는 나의 욕심으로 인해 그 마음을 잃고 마는 순간들이 있다. 엄마로서의 성장이 아들들의 빠른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미안함은 어느 순간 불쑥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곤 한다. 마치 마음속에서 잠시 집을 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들도 부모가 되어 보면 알게 되리라. 엄마로서 완성되는 날이 언젠가 오는 게 아니라, 엄마로서 그저 한걸음 한걸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