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한국에 못지않게 사교육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초, 중, 고 학교 근처에는 학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큼지막한 간판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다투어 걸려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중학생이 되자,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다녔습니다. 아들이 중학교 될 무렵, 저도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낸 시기였죠.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았습니다. 중학교는 5시 10분에 파하기에 그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학교 근처에 있는 학원 중 지명도가 높은 학원으로 골라 등록했고, 그 학원에서 큰 아들은 3년간 보냈습니다.
큰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자 작은 아들이 마톤을 받고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형이 다녔던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1달간 다녔을까요? 작은 아들은 선생님에 대한 불만, 학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들을 자꾸 꺼내더니, 학원을 하나하나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1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학원이 전부 교체되어 있었습니다. 국어는 자기 반에서 국어를 제일 잘하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으로, 화학은 인터넷으로 알아봐서 제일 평판이 좋은 학원으로, 영어는 형 반친구의 소개로, 수학은 명성이 높은 학원으로요.
전혀 지리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아 선정된 4개 학원은 가오슝 지역에 있기는 하지만 뿔뿔이 흩어져 있고, 집에서 꽤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국어 학원에 처음 데리고 간 날, 그 근처에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을 헤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비 찍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골목길을 한참 들어가더니 또 좁은 길로 안내했고 간판이 전혀 눈에 띄지 않을 크기여서 그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가 헤매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학원은 마치 많은 학생이 올까 봐 몰래 숨어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은 여길 다니니까 1등을 했나?
영어 학원은 집에서 왕복 1시간 넘기 때문에 수업 2시간동안 그 근처에서 산책하며 기다렸다가 데려와야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큰 아들에게 중학교 때 3년간 다녔던 학원에 대해 만족도를 물어보았습니다. 별로라고 대답하더군요. 왜 그때 바꾸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공부는 자신이 하는 거니까 바꾼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외국인인 저는 학원 정보에도 취약해서 이런저런 고민 없이 결정해 버린 것에 미안해하는 저를 보고, 괜찮다고 말해주더군요.
작은 아들이 학원을 바꿔 큰 수확이 있었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눈에 띄게 다른 것은 화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 하나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신의 경험 등 인생철학을 자주 말하는 화학 선생님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학원에서 돌아서 화학 선생님이 들려준 인생철학을 내게 말하여 엄마랑 같은 말을 했다고 몇 번인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엄마의 말에는 감동이 없었지만 학원 선생님한테서는 감동을 한 것입니다. 선생님이 좋으니 화학이란 과목도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국어는 1등 하는 아이를 따라 학원을 바꿨지만, 중학교 3년간 여전히 아들을 머리 아프게 하는 과목은 변함없이 국어였습니다.
작은 아들은 자신이 선택 장애라고 하면서도 자신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걸 헤아리지 못한 엄마의 부족이겠죠.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모든 학원은 스스로 선정하도록 하고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A학원과 B학원 중 어데가 좋을 것 같냐고 물어올 때면, 두 학원의 장단점을 말해보라고 하고 선택 결정권은 아들에게 줍니다. 두 학원의 장단점을 말하는 동안 머리가 정리된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