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세상을 향한 잔잔한 엿보기, 나는 그저 구경꾼일 뿐이다

by 바람처럼

사람구실 하려면 세상의 틈마다

눈을 둬야 한다지만

나는 보고 싶은 쪽으로만 고개를 기울인다


뉴스, TV,

입으로 떠도는 이야기들

내 눈 뒤에서

나를 불러 댄다


문득,

세상 밖을 엿보고 싶었다


존경받는 이들의 밤—

술의 물결 위로 농담이 뜨고

느슨한 몸짓이

조용히 흘러왔다


나는 무심한 척 잔을 들었다

아하, 어른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늙은 아이처럼 앉아

미소로, 침묵으로

나를 감쌌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들

그들은 ‘일’이고

나는 ‘구경꾼’이었다


지인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있으니 자리도 점잖아져”


나는 웃고,

속으로는 접었다

더 볼 것도 없네


아는 게 많으면

세상도 무겁지


선을 위한 악,

악을 위한 선

우리는 그 사이를

비빔밥처럼

뒤섞으며 살아간다


사람 사는 방식도 제각각이지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이 먼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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