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대신 주식

나의 주식이야기-2

by 바람처럼


“나는 주식을 사기로 했다. 회사가 싫어서.”


“하… 회사를 왜 다니지?”


그날도 그랬다.

사무실 책상에 앉자마자 멘털이 흔들렸다.

출근 10분 만에 퇴사 욕구가 97% 차오름.

그 상태로 10년째 살고 있다.


직장 스트레스는 대체 어디 가서 풀어야 하나.

뛰쳐나가긴 겁나고, 참자니 내장이 타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직 대신 주식을 하자."


1. 회의 중, 몰래 매수


회의는 지루했다.

상무님 PPT는 늘 2012년 감성이고,

과장님 농담은 뼈까지 삐걱거렸다.


트렌드가 뭐냐면요~…”


트렌드는 지금 내 폰에 뜬 삼성전자였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딱 이 구간에서 세 달째 서성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귀신같이 손이 움직였다.


‘매수’


회의 끝나자마자 급락했다.

그날을 ‘상무라인 급락 사건’이라 부른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왜 내가 사면 떨어지는가?"

(그 질문에 대해선 아직도 답을 찾는 중이다.)


2. 사직서 대신 종목명


친구는 이직 준비한다고 했다.

자기 계발, 인터뷰 준비, 헤드헌터 컨택… 바쁘더라.


나는 대신 ‘차트 분석’을 했다.

일하다 말고 고점·저점·5일선·240일선…

이미 내 머릿속은 “직장”이 아니라 “시장”이었다.


남들은 퇴사 충동에 사직서를 썼다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키움증권에 로그인했다.


퇴사 → 리스크

매수 → 희망


근데 문제는…

그 희망이 수익률 -38%로 돌아오더라는 점.


3. 나의 퇴근 후 30분


퇴근하고 편히 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퇴근 후 더 피곤한' 직장인이었다.


리포트 읽고, 뉴스 확인하고, 유튜브 전문가 분석 들었다.


그러다 남편이 물었다.


“당신 요즘 주식하냐?”


“아니, 그냥… 내일 오를까 봐 보는데?”


그가 갸웃했다.


“그거 매일 보는 거면… 거의 종교 아니야?”


맞다.

나는 ‘존버교 3년 차 신자’였다.

목표가를 믿고, 배당을 경배하며,

마이너스 40%를 기도로 버티는 중이었다.


4. 나에게 물어본다


“지금이라도 이직할까?”


“아니, 이제 와서 또?”


“그럼 주식은?”


“… 그것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둘 다 어렵다.

일도 쉽지 않고, 주식도 도무지 감이 안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또 차트를 켠다.

퇴근하면 증권앱 알림을 본다.


그건 어쩌면,

이 세상이 ‘회사’ 아니면 ‘주식’밖에 없는

희한한 굴레 속에 우리가 갇혀 있기 때문일지도.


5. 결론: 나는 왜 주식을 하는가


나를 돌아보며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이직은 용기가 필요하고, 주식은 착각이면 된다.”


나는 아직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계속 매수한다.

가끔은 이긴다.

대부분은 진다.

그러다 어쩌다 오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된다.


…그리고

다시 떨어진다.


그래도 또 산다.

왜냐고?


“회사는 더 오르지 않으니까.”


6. 그래도, 회사는 소중하다


매일 회사를 쥐어 패도 그건 사랑의 반어법.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하니깐,

회사는 본업,

주식은 부업이다.

화사냐, 주식이냐 묻는다면 좀 고민하지만... 회사!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서라도...ㅠ

퇴직해도 친구들 밥은 사줘야 하니깐~^^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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