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그리고 주식

나의 주식이야기 -4

by 바람처럼


친구들과 모이면 별 얘기 안 해도 빵 터진다.

근데 돈 얘기, 특히 주식 얘기가 나오는 순간,

그 웃음엔 묘하게 긴장감이 스친다.


왜냐고?


다들 조용히, 꾸준히, 조금씩 잃고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들의 작은 비밀


“야 너 아직도 그거 들고 있냐?”

“너 그거 샀다고 했지? 미쳤냐?”


처음엔 농담처럼 웃으며 주고받지만,

둘 중 하나는 밤에 검색창에 '손절 기준' 쳐봤다.


우린 안다.

다들 말은 "장기투자"지만,

속으론 매일 장기 체증을 겪고 있다는 걸.


누가 수익 봤다는 말에

“와~ 대박이네”라고 말하면서도

집 가는 길엔 괜히 카카오톡 안 읽힌 척한다.


2. 진짜 ‘공유’는 돈 잃은 얘기일 때


이상하지?

돈 벌었다는 얘긴 대화 끝나고 생각나고,

돈 잃은 얘긴 앉자마자 시작된다.


“나 S전자 샀는데…” “언제?” “작년 고점…”


그 순간,

주변이 조용해진다.

위로도, 조롱도, 아무 말도 없다.

모두의 기억에 그날의 평단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친구가 전문가 따라 매수했다가 크게 손해 봤다며 한숨을 쉰다.


“이 XX, 차트 보면 분명히 간다고 했는데…”


나는 위로 대신 물었다.

“근데… 걔가 왜 회사에서 잘렸는지는 알아봤냐?”


그 친구, 잠시 정적 후 웃었다.

“역시 너밖에 없다…”


우리의 연대는 수익이 아니라 손실에서 생긴다.


3. 밥값은 내가 낼게, 아직은… 가상으로


내 꿈은 그랬다.

배당금으로 친구 밥 사는 거.

진짜 작고 단순한 꿈이다.


그래서 그동안 소리 없이 모았다.

누가 뭘 샀냐고 물으면

"뭐~ 그냥 조용히…" 하고 말 돌렸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넌 뭔가 있어 보여. 꾸준한 느낌?”


그 말 듣고 좀 울 뻔했다.

내가 잃은 돈은 말 안 했거든.


사실은 나도 많이 넘어졌고,

손절하고 후회하고,

다시 사서 또 떨어지고…

그냥, 다 겪어본 사람일 뿐이다.


4. 주식 얘기, 가끔은 유쾌하게


“야, 이 종목 오르면 네가 삼겹살 쏴라.” “떨어지면?” “그럼 네가 또 쏴.”


그렇게 매달 쏘다 보니,

종목은 기억 안 나도 밥값은 또렷하다.


하도 소주잔 부딪치다 보니

이젠 주식이 아니라 식사 회동의 명분이 됐다.


“그 주식 아직도 들고 있어?” “응. 안 팔았으니까 아직은 내 거지.”


사실 이 말이 제일 멋있다.

수익률보다 멋있는 말.


5. 우리, 여전히 걷는다


친구들과의 주식 얘기는 결국

인생 얘기가 된다.


“올해 안엔 좀 올라야 할 텐데…”

“우리가? 아니면 종목이?”


그리고 우리는 웃는다.

모든 건 결국 흘러간다.


돈도, 기회도, 종목도,

그리고 우리도.


6. 친구야 밥 먹자!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겐

같이 웃을 사람과

같이 밥 먹을 사연이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간,

진짜 배당금으로 밥 사는 날이 올 거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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