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그 눈부신 날의 행진

시리우스 6 - 봄날, 그녀들이 걷는 길

by 바람처럼

오랜만에 시리우스가 여행을 떠났다.

꽃 피는 4월,

1박 2일로 경주에 가자는 제안에

모두가 열렬히 찬성했다.


욱이 엄마가 여행사를 알아보고, KTX로 대구까지 이동한 뒤

미니버스를 타고 경주로 향했다.


열두 명의 시리우스 회원들은 하나같이 들떠 있었다.

마치, 오십 줄의 수학여행 같았다.


“하루를 살아도 폼생폼사!”

한이 엄마가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다.


반면, 서빈 엄마는 늘 그렇듯

작은 백팩 하나만 메고 나섰다.


그럼에도 모두가

선글라스를 쓰고,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그날 하루만큼은 ‘여자’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가이드는 입이 귀에 걸렸다.

“어데서 요래 꽃 같은 아줌마들이 왔대 예?”


“으흠~ 우리가 한 미모 하긴 하죠.”

준혁 엄마가 받아치자 야유가 쏟아졌다.


“또 시작이네~ 이쁘단 소리 들었다고!”

“말만 하면 자랑이여~”


버스 안은 시작부터 웃음으로 출렁였다.

떠들썩한 장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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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의 도시 경주.

가이드는 진지한 톤으로 문화재 해설을 이어갔지만

엄마들의 관심은 늘 서로의 안부 쪽으로 기울었다.


“관람 잘하셔야 합니다~”

“넵, 설명 들으면서 수다도 가능하죠~”


첨성대 앞, 석가탑 앞, 엄마들의 대화는 쉴 틈이 없었고

꽃길이 나타나면 버스를 세우고 뛰쳐나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한껏 포즈를 잡았다.


"하나, 둘, 셋, 브이!"

"좀만 더 웃어봐~ 어깨, 어깨!"


그날, 경주의 봄바람은 시리우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숙소에 도착한 뒤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고, 낯선 노래방에서 리듬에 서툰 몸을 맡기고,

한 명, 두 명씩 침대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빈 엄마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봤다.

이들은 진짜 ‘현모양처’였다.

그녀처럼,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인생을 걸어온 사람들.


겉으론 고급스러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치열했고, 고단했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다르지 않았다.


새벽안개가 깔린 숙소 안. 아직 어둠이 머무는 시간.

잠든 열한 명의 휴대폰으로 동시에 올라온 메시지 한 통.


“어머니, 주무세요? 문 좀 열어 주세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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