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웃음폭탄 터진 날

시리우스 7 - 우리가 아닌, 나로 웃을 수 있는 하루

by 바람처럼


새벽아침.

누군가의 핸드폰 진동에 눈을 뜬 엄마들.

화면 위엔 밤새 도착한 문자 한 통이 떠 있었다.


“어머니, 주무세요? 문 좀 열어 주세요…”


깜짝 놀라 문을 열자,

복도 한쪽에 서 있던 준형 엄마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잠이 안 와서 잠깐 나왔는데요…

문이 잠길 줄 몰랐네요.

깰까 봐 전화는 못 하고, 문자만 보냈어요.”


“맙소사, 몇 시간을 거기 있었던 거예요?”

지현 엄마가 외치자,

뒤에서 수많은 눈동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우린 그 사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니…

자책과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고

준형 엄마도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침에 도착한 가이드의 수다는

시리우스 엄마들의 수다에 밀려 금세 묻혀 버렸다.


“내 총각 때 꿈은 서울 아가씨랑 결혼하는 거였심더~

나긋나긋한 서울말 들으면, 아직도 오금이 저려예.”


“그래서, 꿈 이루셨어요?”


“어디 예~

경상도 아지매랑 술김에 실수해가꼬…

지금도 미련이 남아예, 허허허.”


“경상도 아지매 작전 좋았네요!”


“아따~ 인정합니다잉~”

버스 안은 또다시 웃음바다.


“근데, 사모님들은 무슨 사인교?

이리 착하고 차분한 팀은 첨 봤는데예.”


“왜요?”


“아줌씨들만 여행 오믄,

저녁 되면 나이트 찾고, 술집부터 가재예.

그날부로 애 엄마 아닌 척하는 사람들 꽤 많다 아입니꺼.”


“어머, 말도 안 돼요!

우리가 그런 줄 아세요?”


지현 엄마가 억지 사투리로 받아쳤다.

“우리가~ 와~ 그리~ 사능교~?”


폭소가 또 터졌고, 그 여운 속에서 한참을 달렸다.


“참, 울산 나이트에선 이런 멘트도 뜬다 카더만 예~”

"잠시 알려드립니다!

H자동차 OOO부서의 잔업이 취소 되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그라믄, 아줌씨들이 확 몰려간다 아입니꺼~!”


잠시 정적.

그러다 한참 뒤에야 폭탄처럼 웃음이 터졌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의 고적들은

그들의 웃음 속에서 고요히 흘러갔다.


그 여행은 오십 평생, 가족 없이

엄마들끼리만 떠난 첫 외박 여행이었다.


가이드가 물었다.

“근데, 뭐 타고 오셨심까?”

“기차 타고 왔지예~”

“그럼 기차 안에서는 어찌 참았능교? 이 수다 떨고 싶은 걸?”

“참긴요~ 기차에서부터 풀가동이었죠!”

“그래도 옆 사람들 눈치 보이지 않습니꺼?”

“하모요~ 이뻐서 괜찮다 안 합니꺼~!”

또다시 버스 안은

소리 없는 난장처럼 웃음이 퍼졌다.


그때, 준혁 엄마가 웃음 섞인 불만을 말했다.

“어머나, 이럴 수가~ 내가 말하면 핀잔주고

서빈 엄마가 말하면 웃어주고!”


서빈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면 유머고, 준혁 엄마가 말하면… 자랑질이잖아요~”


웃음이 또 터졌다.


그 순간 서빈 엄마는 생각했다.

왜 평범한 내 말엔 다들 웃어주고,

예쁜 준혁 엄마가 말하면 살짝 빈정대는 걸까.


어쩌면, 그건 우리 안에 숨겨진 ‘가장 솔직한 감정’ 일지도 몰랐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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