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딸

시리우스 8 - 하던 일 다 접고, 이제 예쁜 딸이랑만 놀 거예요.

by 바람처럼

시리우스는 이제 가급적 부천에서 모이기로 했다.

대부분이 그 근처에 살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석이 엄마를 위한 배려였다.


석이 엄마는 형제들 중 둘째였다.

재산은 큰집에서 다 가져갔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병원에만 맡겨둔 채 찾아오지도 않았다.

결국, 석이 엄마가 병원을 오가며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다.


그녀는 참 현명한 여자였다.

명절이나 제사 같은 큰일도 대부분 석이네 몫이었고, 그 스트레스를 홀로 감내해야 했다.


“저는요, 스트레스 쌓일 때마다 그냥 나가서 ‘오늘도 참 잘했어요~’ 하고

제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해요.

그러면 마음이 좀 풀리고, 집에 돌아와 다시 웃을 수 있거든요.”


그 말을 곱씹던 서빈 엄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이젠 저도 가끔 저 자신에게 선물을 해야겠어요.”


그날 모임에서도 석이 엄마는 환하게 말했다.

“이달부터 예쁜 딸 키우기로 했어요!”


“늦둥이는 아닐 테고?

아들만 있는 집이라 예쁜 딸을 들이세요?”


“네, 그럴까 해요.”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실은 어머님을 집으로 모셔오려고요.

치매가 와서 아무도 못 알아보시는데…”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그냥, 예쁜 딸이 하나 생긴 거라 생각하려고요.

어차피 모셔야 할 어머님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하던 일 다 접고, 이제 예쁜 딸이랑만 놀 거예요~

치매도 착한 치매라 순하시고, 진짜 아기 같아요.”


그녀가 웃으며 말하는데, 정말 예뻐 보였다.

어려운 현실을 품고도, 그 안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가족 이야기로 흘렀다.


지현 엄마가 말했다.

“우린 가족들이 모이면, 웬만하면 애들 이야기는 안 해요.

애들이 잘한다는 말은, 부러움보단 묘한 상처를 남기더라고요.”


실제로 지현네는 두 아들이 모두 잘생기고 공부도 잘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집이었다.

그러나 그런 ‘잘남’조차 사소한 서운함이나 질투로 번질 수 있었다.

지현 엄마는 그걸 일찌감치 알아차려 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말에 시리우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잘하면 부러움을 받지만,

조금 흔들리거나 실수하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묘하게 달라졌다.


‘잘나도 별수 없구나.’

‘그 집 애도 결국은 그렇더라.’


그런 말들 속에는, 묘한 안도감이 깃들어 있었다.


서빈 엄마는 처음엔 섭섭했지만

곧 그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인간이기에, 그런 감정은 품을 수 있는 거라 여겼다.


그리고 문득 떠올렸다.

“예쁜 딸을 키운다”는 석이 엄마의 말처럼,

우리도 서로의 아픔과 그림자까지 함께 키워내며

웃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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