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치료

우리는 아무 일 없는 게 기적

by 바람처럼


우선은 음악을 틀어

트롯은 아니야

마음이 더 요동칠 수 있거든,

락이나 랩, 아니면

클래식으로 돌려 봐

박수가 요란할수록 좋은 곡일 거야


그리고는 냉장고를 뒤지는 거지

아깝다 쟁여놓은 반찬

양푼에 쓸어 담고

매운 고추장도 팍팍

세월까지 휘휘 저어 삼키는 거야

오래된 싱싱한 음표까지 꼭꼭 씹어가며


월광소나타를 타고 날듯이

햇살 가득한 바깥세상

낄 자리 없는

저 거친 곳을 탈출하자고


음악에 젖어

행복의 착각에 빠지도록 말야


문득문득 우울해지면

시를 밀어 놓고

고개를 까닥이며 장단을 맞추는 거야


우리는 아무 일 없는 게 기적


기적이 사라지지 않게

허기가 발 들여놓을 틈만 만들지 말자고


그러면 오늘도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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