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무슨 냄새지

by 바람처럼

1

가위가 어디 있더라

아!

아래층 책상 위


급히 내려가

문을 여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네… 네…


수화기를 내려놓고

커피 한 모금

신문을 펼치려다—


무슨 냄새지?


이층에서

타고 있는 찌개


2

어느 가을날

땅에 떨어진 노을


노을 같은 함초,

함초 같은 노을 속을 걷다

문득,

가방이 없다


얼굴이 노을처럼 붉어져

한참을 찾는다


멀리서

가방을 든 일행이 보인다


반가워 달려가다

멈춘다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3

외출해 수다 중

깔깔 웃는 와중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어디예요?

집인데… 열쇠가 없어요”


헐레벌떡 달려왔다

가방을 열었다

텅—


아, 맞다

열쇠는

두고 왔다


4

번호키는 완벽했다

이젠

잊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또

열리지 않는다


한참 씨름할 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 사람아,

순서가 바뀌었잖아

별이 뒤가 아니고, 앞이야”


찰칵!

문이 열린다


그 안에

고요히 출렁이는

망각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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