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서 있는 사람

가장의 방식

by 바람처럼

회사는

예스맨 하나쯤은 필요하지


회의엔 끄덕임이,

퇴근길엔 야근이

필요했다


그는 언제나 그래 왔다

미안하단 말을 먼저 꺼내고

잘못을 덮고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쉬었다


그러다

열차에서 우연히 보았다

세 개의 작은 고개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도

자신을 지킨 적이 없던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얼마나 조용히 싸우는지


그제야 보였다


회사에선

비굴해 보였던 사람이

어쩌면

가장 큰 전사였다는 것


그는 묻히듯 살아간다

기꺼이

가려지고

기꺼이

지워진다


그래서 더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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