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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카 Oct 28. 2021

[BIAF2021] 소박하지만 따뜻한 모녀의 성장 일기

<항구의 니쿠코>(2021),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영화 <항구의 니쿠코> 포스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21) 개막작으로 선정된 <항구의 니쿠코>(漁港の肉子ちゃん)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도라에몽> 시리즈를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해수의 아이>로 BIAF2020 대상을 수상한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이 연출하였으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수많은 명작들의 그림을 책임져 온 지브리 출신의 애니메이터 '코니시 켄이치'가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 감독을 맡았다.


영화는 딸 키쿠코가 바라본 엄마 니쿠코에 대한 짧은 요약으로 시작한다. 정이 많은 성격 탓에 애인에게 속아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계속해서 소위 ‘똥차’라고 불리우는 남자들만 만나며 그들과 헤어질 때마다 거처를 옮기는 기구한 삶을 살아 왔다. <항구의 니쿠코>는 여러 도시를 전전해 온 이들 모녀가 새롭게 이사 온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영화 <항구의 니쿠코> 예고편 스틸컷

따뜻한 힐링, 그리고 성장

거구의 니쿠코는 엉뚱하고 호쾌하다. 마을 사람들은 다소 아이 같고 해맑은 그녀를 ‘유쾌한 뚱땡이’라고 부른다. 반면 그녀의 딸 키쿠코는 니쿠코와 달리 귀여운 외모에 마른 팔다리가 특징으로, 엄마의 삶을 지켜보며 자라서인지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어른과 아이가 뒤바뀐 듯한 이들 모녀는 새롭게 둥지를 튼 항구 도시에서 소소한 삶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춘기 시기를 보내는 초등학생 키쿠코는 또래 친구들과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점차 성장한다. 멀어졌던 단짝 친구와 한층 더 돈독해진 키쿠코는 새롭게 사귄 동급생 니노미야와 함께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점점 항구 도시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영화 <항구의 니쿠코> 스틸컷

엄마에게 애인이 생긴 것 같다

키쿠코는 항구 도시에 정착하고 싶지만, 니쿠코가 새 애인과 헤어지면 또다시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한다. 그런데 최근 니쿠코가 매주 밤마다 자신 몰래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난번 축제에서 만난 오코노미야끼 노상 아저씨와 연애 중인 것 같지만, 어른스러운 키쿠코는 니쿠코의 비밀스러운 통화를 모른 척해 준 채 혼자 고민에 빠진다.


영화 <항구의 니쿠코> 예고편 스틸컷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니쿠코의 통화 상대가 밝혀지고, 그들은 숨겨 왔던 비밀과 서로의 진심을 고백하며 비로소 진정한 모녀가 된다. 매번 ‘평범한 게 제일 좋은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자신은 평범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던 니쿠코. 매사에 긍정적인 그녀가 이제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에서 키쿠코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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