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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메이 Jul 24. 2021

내 인생 가장 찬란한 순간

아이와 단둘이 떠나는 첫 캠핑

지난 솔캠 이 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요즘 코로나로 유치원도 못가고 24시간 나랑 붙어있는 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정신적으로 힘든것보다는 몸이 힘든게 나을거야!'



첫 미즈캠핑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다음 솔캠 후보지로 눈여겨보았던 양주 이고을 캠핑장으로 정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솔캠은 당분간 안녕이다.

고요한 에메랄드 빛 저수지에 위치한 캠핑장인데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데크 사이트가 이곳의 명당이다. 사이트 지정제가 아닌 선착순이라고 해서 평일이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평일이어서 당연히 내가 가고싶었던 가장 명당인 사이트가 비어있을거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저수지뷰 데크중에 사이드주차가 가능하거나 짐을 옮기기 수월한 자리는 이미 다 차있었고 짐을 직접 들고 날라야하는 굉장히 빡세 보이는 한 자리와 저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숲속 자리만 남아 있었다.


'한번 해보자! 저수지 때문에 왔는데 이 뷰를 포기할 순 없지!'


텐트를 후딱 치고 아이를 안으로 모셔놓고 짐을 하나둘씩 나르기 시작했다. 비포장 산길에 경사까지 있어서 무거운 짐을 나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고요한 저수지 사이트


셋팅을 마치고 나니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꼬맹이 식사 시간이 늦어졌네!'

나는 맥주 한캔이면 될 것 같지만 아이는 잘 먹여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점심 메뉴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준비했다.


만인의 소울푸드를 먹으며


고기, 야채와 춘장을 볶아서 짜장소스를 직접 만들었는데 어릴때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짜장면 맛이 났다.

아이도 후루룩 맛있게 잘먹고, 역시 짜장면은 만인의 음식이다.

캠핑용 찜기에 찐 새우딤섬과 맥주 한잔을 곁들이니 조급했던 마음에 서서히 평온이 찾아온다.

장난끼 가득한 아이 챙기면서 식사하느랴 촬영하느랴 선선한 날씨에도 등에서 땀이 나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완벽한 오후다.


우리의 완벽한 오후

 

식사를 마치고 막대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저수지로 내려갔다.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참 기분좋게 느껴지는 오후.

아이는 저수지 안에 황금인어가 살고 있으거라고 상상하며 신나했다. 아이의 신난 표정은 항상 순식간에 내 안에 행복을 가득 채워준다.


에그인헬 & 소고기 구이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하늘.

랜턴불을 하나 둘 밝히고 화로대를 펼쳐 장작불을 지피고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 메뉴는 정말 간단한 에그인헬 (샥슈카)과 용암석 플레이트에 구워먹는 소고기.

아이 먼저 배불리 먹이고 모기를 피해 텐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잠시 각자만의 시간, 나의 힐링타임의 시작이다.

새소리, 풀잎소리, 바람소리.. 공간을 가득 채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작은 돌판 위에 소고기 한점씩 구워 술한잔 기울이니 지금만큼은 세상 부러울게 없다.


잠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힘들었던 순간은 어느새 다 잊혀지고 아이의 신난 표정,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오늘도 참 좋은 하루였다'


고요한 아침시간


새소리에 눈 떠지는 아침.

캠핑을 오면 항상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아이가 일어나기전 혼자 보내는 잠깐의 고요한 시간이 참 좋다.

아침은 간단하게 치즈토스트를 해먹고 일찍 철수를 시작했다.

옆에서 과자 먹으며 "엄마 대단해, 대단해. 박수!!"라고 응원해주는 꼬맹이.

아마 아이의 시선에서 나는 이 세상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슈퍼우먼처럼 보이겠지?

내가 어릴때 엄마를 보며 느꼈던것 처럼 말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는 그때 슈퍼우먼이 아닌 그냥 한 여린 여자였음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나에게 의지하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아이와 함께하다보면 가끔은 모든게 벅차게 느껴지고 지칠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아이의 온 세상이자 우주인 지금 짧은 이 시간, 금방 스쳐지나갈 것을 알기에 너무 소중하고 애틋하다.


아마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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