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이모와 1시간 넘게 통화하고,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이다.
어머니가 혈기 왕성하던 시절, 속초에 사는 이모와 전화를 하면, 1시간, 2시간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오래 통화하고, 자세한 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끊으신다.
당시 어머니의 휴대폰 요금, 최고 기록이 6만 원을 찍었다. 이전에 2~3만 원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후에는 통화시간을 넉넉하게 주는 요금제로 바꾸었다. 오래전부터 어머니핸드폰을 막내아들인 내 이름으로 가입하고 요금도 내가 내고 있다.
지금 어머니 연세는 92세다.
아직 정정하시고, 말씀도 잘하신다. 그런데, 어머니보다 3살 적은 이모님이 작년부터 귀가 안 들려서, 전화 통화를 거의 못하신다. 그래서 요즘 어머니 전화통화료는 1만 5천 원 정도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어머니 핸드폰 요금이 4만 원 넘게 나왔다.
웬일이지? 요즘 누구랑 오래 통화를 하시나? 통신사 앱에 들어가서, 요금을 조회해 보았다.
"아니, 얼마나 통화를 많이 하시기에 10만 원이 넘을까?"
전화가 아니라, '데이터 사용' 때문이다. 전화통화 요금은 평소와 같이 1만 원 정도인데, 데이터 사용이 늘면서, 1월은 4만 원, 2월은 10만 원이 나왔고, 현재도 요금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급히 어머니를 모시고 계신 형님에게 연락해 핸드폰을 점검했다.
"역시, 데이터 사용란에 불이 들어와 있구먼."
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이 망가져서, 얼마 전에 새 폰으로 교체했다. 전화번호는 그대로, 가입도 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요금제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후에 어머니가 무언가 잘못 만지셔서, 데이터 사용에 불이 들어왔었나 보다.
설사 데이터 사용이 체크되었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인터넷을 하는 것도, 영상을 보는 것도 아닌데 요금이 이리 많이 나오는 걸까?"
통신사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선택하신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이 아주 적어요. 통화 위주로 하고, 대신 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해 두었지요. 그런데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데이터를 사용하면 요금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다른 것 안 하더라도, 핸드폰에 있는 앱을 자체 업데이트만 해도 데이트 요금이 많이 올라갈 수 있어요"
사정 설명을 했다.
제 명의로 가입돼 있지만, 연세 많은 어머니가 사용하고 계신다. 데이터 사용의도와 무관하게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 어머니가 버튼을 잘못 누르신 때문인데, 배려해 줄 수 없는가를 물었다.
"저는 상담원이라 결정권이 없는데요."
"요금제 검토하시는 직원분에게 도움 청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두 시간이 후, 통신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혹 고객님처럼 의도치 않게 데이터 사용이 잘못되어 과다한 요금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고객님 명의 핸드폰에 대해 그동안 요금납부 내역이나 데이터 사용을 조사해 보니, 어머니가 사용하시다 잘못 누르셨다는 게 충분히 납득이 되네요"
"그래서, 최근 3개월 데이터 사용으로 부과된 금액에서 70퍼센트를 감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금제에서 아예 데이터 사용을 차단하도록 설정해 드릴게요."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다.
혹시나 해서, 읍소해 본 건데, 나의 사정을 너무 잘 이해해 주신다.
9만 원, 그 정도 부담할 능력은 되지만,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돈을 내야 한다는 게 억울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사정을 통신사에서 이해해 준다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 버튼을 잘못 눌러, 아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었는데,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준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
"감사합니다, 상담원님, 감사합니다, ㅇㅇ 통신사."
어머니, 올해는 더 건강하시고, 전화도 더 많이 통화하세요.
데이터는 차단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9만 원, 감면 소식에 가슴이 따듯해진 기분이다. 올해는 봄이 좀 더 훈훈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