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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Mar 22. 2024

아빠가 어떻게 책을 써?

책 한 권쓰기, 올해 목표!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30년 직장 생활하면서, "책 한 권"쓰는 것을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생각했다.

글쓰기를 아주 잘하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고,

회사에서 개최한 "수필 공모전"에 당선되어 고급 카메라를 상으로 받은 적도 있었다.


2년 전인 22년 9월, 브런치스토리를 알고 나서, 바로 작가에 도전했다.

나름 자신 있다 생각하고 호기롭게 도전을 했다.

그 당시 일간지에서 "독후감 공모"가 있었는데, 여기에 응모하면서, 브런치 작가도 함께 응모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브런치 스토리 작가'의 의미도 잘 모르면서 무모하게 도전했던 것 같다.

작가가 되면, 어떤 글을 쓰겠다는 계획도 없고, 미리 써놓은 글도 없으면서, 공모전에 응모할 독후감 한편을 가지고 신청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용감하고, 무모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받고, 당시 실망이 무척 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심사하더라도 탈락이 당연한 건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후감 공모결과 발표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대상은 아니라도, 우수상이나 장려상 하나라도 받으리라 기대했었는데.


내심, 스스로를 글 쫌 쓴다고 자부했었는데, 두 군데서 모두 탈락 통보를 받고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후 2년여 동안, 다시 글쓰기에 도전할 용기나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공개 신년목표 정하기"

3~4년 전부터 책을 내고 싶다, 글을 써야겠다, 생각은 많이 했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책 쓰기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보았다. 매일 조금씩 일기를 써보기도 했다.

직장에서 일하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을 때, 그걸 노트에 적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한동안 열심히 일기 썼던 것, 이야기를 적어둔 노트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수도 없다.


이렇게 방황하던 중,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올 한 해도 이렇게 그냥 흘러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없이 한 해를 시작하기보다, 새해 목표부터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과 직원들과 "공개 신년 목표 정하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직원 10여 명과 이 이벤트를 했었는데, 호응이 좋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새해 목표를 공유하면서, 직원들 간에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자기 목표를 주위에 공개하다 보니,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연말에는 목표 달성여부를 체크해, 성과 우수자에게는 상금도 주었다.

지금도 몇 가지 목표들은 기억에 남아 있다.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많이 내는 목표들은 이렇다.

"담배 끊기"

"몸무게 5킬로 감량하기"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


나름 신선하고, 특이한 목표도 있었다.

"밤 10시 이후 야식 안 먹기"

"한 달에 한번 이상, 자녀들과 여행 가기"

"술은 저녁 9시까지만 마시고, 2차 안 가기"






"올해 안에 책 한 권 쓰기"

이번에는 회사 직원들이 아닌, 가족들과 목표 정하기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내와 대학생인 두 딸도, 적극 호응하면서 참여해 주었다.

나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몸무게, 77킬로 달성하기(5킬로 줄이기)"

"올해 안에 책 한 권 쓰기"


아이들은, 책 한 권쓰기 목표를 듣더니, 뜬금없다 하면서, 그게 가능하겠냐고 놀렸다.

평소 아빠가 집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책을 내겠다 하니 놀랄 만도 하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놀라고 응원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조금 기분이 상하긴 했다.


어찌 되었든, 나의 작전은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다.

혼자 마음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일단 가족들에게 공개하고 나니, 나름 꾸준히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다.

그리고, 매주 오송에서 창원을 오가는 KTX에서 2시간을 글 쓰기로 시작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공감이 가는 글에는 댓글도 달았다.

그 결과, 첫 실패 이후 2년 만인 24년 3월, 드디어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도 단톡방에 브런치작가로 선정되었다고 자랑을 했다.

책 읽기도 잘 안 하는 아빠가 무슨 책을 쓰냐고, 믿으려 하지 않던 두 딸아이가 깜짝 놀랐다.

새해 목표를 세우고, 불과 두 달 만에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브런치 작가"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대학교 4학년, 2학년인 두 딸은 브런치스토리보다는 '인스타그램에 푹 빠져있다.

그래도, 아빠가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함께 기뻐해주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이렇게 반가운 이메일을 받아본 기억이 있었던가?

월요일 새벽, 오송에서 창원으로 출근하는 KTX안에서 이메일을 확인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며칠째 답신이 없어 또 떨어진 걸로 생각했다.

합격했다고, 핸드폰 문자가 올 줄 알았는데, 이메일로 통보가 되어 있었다.


브런치작가 선정, 어떤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아닐 수 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무려 2년 만의 재도전에 성공했다는 점, 그동안 나의 글을, 다른 이들의 글을 진솔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번 재도전을 위해, 2달여 동안, 브런치에 발행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많이 읽었다. 어떤 글이 독자에게 공감을 받는지, 어떤 글이 감동을 주는지, 어떤 소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다른 작가들의 글에 댓글달기도 참 재미있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좋았던 점을 몇 줄 적었을 뿐인데 작가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모든 작가님들이, 내 댓글에 신속하게 답을 해 주셨다, 섬세한 댓글에 감동받았고, 행복했다는 말씀과 함께.





"책 한 권 쓰기, 절반은 성공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선정,

브런치는 오랜 시간,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를 시작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을, 2년 동안 허송세월 했다 생각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2년이 기다림이 있었기에 더 간절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혼자 고민하지 않고, 일단 가족들에게 내 목표를 공개한 것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연말에 나의 첫 책을 발간하고, 독자들의 응원댓글에 감사의 답글을 달고, 강연에도 불려 나갈 생각에....  

오늘 아침, 동대구를 향해 달려가는 KTX가 유난히 더 빠르고 경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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