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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Mar 19. 2024

분리수거, 어디까지 해 보았나요?

재활용 분리수거할 때, 자주 하게 되는 질문

우리 집 분리수거는, 내가 담당이다.

지방에 근무하느라, 주말 부부인 나는, 주말이 되면 무척 바쁘다.

바닥청소, 화분갈이 등 주중에 못한 집안일도 도와야 하고, 교회에서 예배하고 주일학교 등등....


아내와 아이들은 주중에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적이 거의 없다.

재활용쓰레기가 넘쳐 모아둘 곳이 부족하게 된 경우 아니면, 분리수거는 주말에 내가 한다.


내가 분리수거 전담자가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분리수거 량이 많고 부피가 크다 보니, 연약한 여인네(아내와 두 딸)가 하기에 다소 버거운 면이 있다. 둘째는 아내와 두 딸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우리 집은 현관 옆 다용도실에 분리수거용품을 보관하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플라스틱과 종이다. 다음으로, 비닐, 유리병, 알루미늄 캔이 주로 나온다.

이런 분리수거용품을 정확하게 분리만 잘해주면, 그대로 들고 아파트 1증 분리수거 함에 종류별로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모아놓은 분리수거함을 점검해 보면, 불합격인 경우가 너무 많다.



가족들이 분리수거한 것을 보면, 이런 부분들이 많이 지적을 받는다.

1. 테이프가 붙어 있는 종이박스

   -  스카치테이프, 배송전표를 다 떼어야 하는데, 그냥 버린다.

2. 손잡이가 있는 종이가방

   - 나일론 줄을 떼어내고, 줄을 끼우는 알루미늄 구멍도 잘라내야 하는데, 신경을 안 쓴다.  

3. 철제 스프링이 있는 공책이나, 탁상 달력

  - 쇠로 된 부분을 분리해 주거나, 분리가 안되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4.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

  -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하게 씻어 재활용하거나, 씻는 게 잘 안되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5. 투명 플라스틱

  - 라벨을 떼어낸 후, 뚜껑을 닫고 압축시켜서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






재활용인지, 일반쓰레기인지 헛갈린다고?

2018년, 전국적으로 "폐비닐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가정에서 배출한 비닐 재활용품을 수거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몇 달 동안 지속되었다.

'재활용 쓰레기'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재활용 쓰레기 수입중단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중국 수출에 의존했던, "폐비닐"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서 대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때, 아내가 버리는 우리 집 비닐 쓰레기를 점검해 보았다.

역시, 재활용 비닐이 아닌, 쓰레기 비닐이 엄청 많이 섞여 있었다.


"남편이 환경분야에서 일하는데, 분리수거를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해?"

"재활용을 열심히 하려고, 웬만하면 쓰레기로 안 버리고, 재활용함에 넣은 것인데, 왜 그게 문제인가요?"


그날 나는 아내에게,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시요."

"단일 성분이고, 이물질 없이 깨끗하면, 재활용! 그렇지 않으면 일반쓰레기로!!"


택배 비닐에 배송전표가 붙어있다? 쓰레기! / 전표를 잘라냈다? 재활용 비닐!

떡볶이 배달 플라스틱에 양념이 묻어있다? 쓰레기! / 깨끗하게 씻었다? 재활용 플라스틱!

무리하게, 많이 재활용하려다 보면, 오히려 잘 분리된 다른 재활용품의 품질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폐비닐 대란 이후 아내가 분리수거 기준을 잘 지키는지 수시로 점검을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품 버리기는 나의 전담업무가 되었다.






분리수거,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나름 분리수거에 열심인 나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분리수거를 하면서, 이걸 분리수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돈되고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두유를 담는 멸균팩이다.

우유팩은 깨끗하게 씻고 말려, 종이함에 넣으면 되는데, 멸균팩(두유 포장용)은 종이함에 넣어야 할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할지 고민이다. 멸균팩은 우유팩과 달리, 안쪽에 알루미늄 코팅이 되어 있어서, 일반 종이와 함께 배출하면, 오히려 종이의 품질을 떨어트리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멸균팩만 따로 모아, 마트에 설치된 별도 분리함에 넣으라 하는데, 실제로는 잘 안된다.

몇 년 전, 멸균팩을 별도 분리수거를 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사용하고 난 멸균팩을 2~3달 동안 씻고 말려 모아두었다가, 멸균팩 분리수거함이 있는 마트에 가져갔다. 그런데, 마침 수거함이 고장 나 있어서, 다시 집으로 가져와 일반쓰레기로 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냄새난다, 베란다가 지저분하다고, 몇 달 동안 아내에게 구박을 받기도 했었다.



대한민국은 분리수거의 모범국?

2005년에 미국에서 2년 정도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살던 지역에는 분리수거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모든 생활쓰레기를, 종이든, 유리병이든, 한 군데에 넣어서, 하나의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이런 것에 비하면, 한국은 쓰레기 재활용에 있어서 선진국이요, 참으로 모범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외국분들이 하시는 말,

"한국 생활에서 당황하는 것 중, 하나가 분리수거다."

"한국 분들, 참 대단하세요. 그 많은 종류들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분리수거를 다 해내네요!"


맞는 말이다. 아예 분리수거 자체가 없는 나라도 있는데, 이 정도면, 참 열심히 잘하고 계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내가 다니는 교회가 있는 상가 건물에 붙은 안내문,

"요즘, 재활용 폐 플라스틱함에 이상한 이물질이 섞어 들어오고 있어요."

"재활용 쓰레기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조금만 더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으면(줄여서, "비행분석"),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답니다."


분리수거? 쉽지 않고, 번거롭고, 때로는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구를 읽으면서, 한번 더, 분리수거에 열심을 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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