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치료센터에서 하는 일
아직은 쌀쌀한 초봄인 3월 중순,
부산 을숙도철새공원에 위치한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에 다녀왔다.
낙동강하구는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하여 525킬로미터를 달려온 낙동강은 을숙도가 있는 곳에서 바다와 만난다.
이렇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민물과 바다 생물이 공존하는 곳을 "기수역"이라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 염분 농도가 다양해지면서, 여기에 사는 생물의 종류도 다양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낙동강이 퍼 날아온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모래톱이 넓은 지역에 형성되어 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낙동강 하구는 철새들의 먹이터, 휴식터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창원에 있는 주남저수지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철새 도래지'중 한 곳이다.
에코센터에서는 을숙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을 보호하고, 먹이가 부족할 땐 먹이도 주고, 방문객들에게 철새와 야생동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전시와 해설도 하고 있었다.
에코센터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한적한 곳에는 '야생동물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산시가 운영하는 "야생동물 전담 병원"이라고 한다.
야생동물치료센터에는 일반 병원처럼 수술실과 회복실이 있다.
마침 수술실에서는 날개를 다쳐 입원한 철새를 치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건, 자연방사적응실,
치료가 끝난 동물을 자연에 돌려보내기 전, 비행훈련이나 야생에 적응하는 훈련을 시키는 곳이다.
이런 훈련 없이 방사를 하면, 천적에게 바로 공격을 당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10여 년 근무해 온 '수의사' 선생님이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부산, 김해, 양산에서 구조요청이 들어오는데, 저희 지역에는 철새(조류)들이 제일 많아요."
"철새가 병원에 오는 이유로는 전선이나 건물에 부딪혀서 다친 경우가 제일 많아요. 어미를 잃고 미아가 되어 구조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곳 치료센터에서는 매년 1,600건 정도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열심히 치료한 동물들이 완쾌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때 제일 보람을 느껴요."
"치료를 했는데도, 영구장애를 입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할 때가 안타까워요."
영구장애를 입은 동물들이 있단다.
날개를 다쳐 날 수 없게 된 경우, 시력을 잃은 경우 등등. 이런 동물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면 바로 죽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돌려보내지 못하고, 치료센터에서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치료센터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는 '부엉이'를 만나볼 수 있었다.
자연에 돌아가지 못하는 '장기 입원환자'였다. 다행인 것은 이곳 생활에 나름 잘 적응하고, 특히 병원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귀요미,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으로 야생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다친 동물을 발견하면, 직접 구조하려 하지 말고, 가까운 지역 야생동물치료센터(도, 특광역시)로 연락해 달라는 부탁도 해 주셨다.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강원, 경기, 경남, 부산, 서울 등 지역별로 최소 한 곳 이상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야생동물이 병원을 찾는 가장 많은 이유가 "충돌사고"라고 한다.
사람들이 만든 전깃줄이나 건물 때문에 많은 동물이 피해를 입는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동물들이 다치는 원인을 제공했으니, 사람들이 치료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한데, 애초부터 동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조류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라는 용어도 많이 알려지고 있다.
건물 외벽이나 유리창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투명한 유리를 새들이 알아보기 쉽게 표시를 하거나, 작은 새들이 무서워하는 맹금류(매, 수리 등)를 그려두어 새들이 피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야생동물치료센터도 정부의 지원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개나 고양이를 극진히 돌보아주고, 조금 아프기라도 하면, 동물병원을 방문해 많은 비용을 들여 치료해 준다.
이처럼, 세밀한 돌봄을 받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야생동물의 경우 심하게 다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야생동물치료센터' 덕분에 소외된 야생동물들이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받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10년 전, 수도권에 살다가 세종시로 처음 이사 왔을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곤충'이었다.
당시 세종에는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라, 아파트 주변에서 하루살이, 메뚜기, 여치등 곤충이 많았다.
간혹, 길을 잃은 여치가 아파트 안에 들어오는 날이면, 딸아이들이 고함과 비명을 지르며 아빠를 찾고는 했다.
언제쯤 우리 아이들이 풀벌레, 나비와 자연스레 어울리고, 이 아이들을 예뻐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 주변에서 야생동물들이 다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더 해 나가야 할까?'
야생동물치료센터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