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친척들이 여행을 온다 해서, 주말에 집에 가지 않고 창원에 머물렀다.
그리고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2박 3일 창원 주변 여행가이드를 했다. 첫날 오전은 창원에 있는 경남도민의 집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진해로 넘어가 보타닉뮤지엄을 방문했다. 원래 크루즈 요트체험을 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레 날씨가 안 좋아져 요트 운행이 취소되었다.
둘째 날은 창원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울산으로 넘어갔다.
언양에 있는 '자수정 동굴나라'를 방문했다. 시원한 동굴내부를 걸으면서, 자수정 광산을 둘러보고, 자수정을 채굴하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둔 것도 볼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인 월요일도 하루 휴가를 내 두었는데, 손님들이 서울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점심을 조금 일찍 마친 후, 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창원에 나만 혼자 남게 되었다. 갑자기 생긴 반나절의 자유시간, 무얼 할까 고민했다. 등산을 할까? 자전거를 탈까? 차가 있다면, 거제나, 통영이나, 조금 먼 곳으로 다녀올 수 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해변에서 맨발 걷기를 할 수 도 있을 거고.... 하지만, 맨발 걷기를 하려고, 렌터카를 빌린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혼자서.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차가 없다고, 멀리 가지 못한다는 법이 있나, 버스를 타고 가면 되지."
"우리 회사 직원들 중에는 부산에서 창원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외버스 타고 부산 광안리를 한번 다녀와 볼까?"
이런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주저할 게 없었다. 누구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고, 모처럼 갖게 된 혼자만의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등산 배낭에 물 한병, 수건 하나(맨발 걷기 후 발 닦을 용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등산이 아니라, 부산에 맨발 걷기 하러, 고고~~~.
오후 1시, 창원 관사를 나섰다, 배낭하나 매고.
창원에서 부산 광안리 가는 길을 검색해 보았다. 창원 남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사상터미널 가는 시외버스를 타면 된단다. 공유 자전거를 타고, 남산터미널에 가서 버스표를 끊었다. 가격은 5,900원, 소요 시간은 40분, 2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자주 있었다. 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아 경치를 구경하다가, 잠깐 졸았다. 갑자기 차 안에 있던 승객들이 내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벌써 부산이란다.
"아~~~, 부산이 이리 가까이 있었구나~~~!!"
"승용차로는 자주 다녀보았지만,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에 오긴 처음인데, 그리 나쁘지 않네"
사상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15 정거장 정도 지나, 광안리 역이 아니라, 한 정거장 전, '금련산'역에 내리는 게, 더 가깝단다. 금련산역에서 400미터 정도 걸어가니, 드디어 광안리 해수욕장이 보인다.
아직은 초여름이라 물이 차다. 그래서인가 해수욕하는 사람은 몇 안 보이고, 대부분이 해변을 걷거나, 나처럼 맨발 걷기를 하는 분들이 더 많았다.
백사장 중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었다 해변의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갔다 오니, 40분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해변을 한차례 걷고 나서, 빈 벤치에 앉았다.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도 보고, 광안대교를 지나는 차들도 바라보았다.
이런 게 "바다 멍"이라는 걸까? 전혀 무료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동감이 느껴졌다. 해수욕장 오른켠에는 수상레저코너가 있어서, 서핑을 배우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젊은 아가씨 둘이서, 남자 강사님과 함께 서핑연습을 하고 있다. 저 멀리에는 요트와 제트스키를 즐기는 이들도 보인다.
요즘 광안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단다. 과거에는 해운대에 밀려, 상대적으로 초라했는데, 요즘은 해변가에 있는 식당, 술집등이 젊은 취향에 잘 맞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해운대에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층이 많은 반면, 광안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해운대보다 저렴하면서 분위기도 좋은, 가성비 좋은 식당들 위주로 많이 생겨난다고 한다.
1시간, 바닷가 맨발 걷기를 하려고, 창원에서부터 먼 길을 왔다.
자전거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마지막으로 걸어서, 광안리에 도착해 보니, 3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부산 서부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지하철로 갈아타면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창원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산이라는 대도시가 가지는 활기가 느껴졌다. 전철역에서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오는 도로변에서도 활기가 느껴진다.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뒤섞여, 식당, 술집, 카페가 넘쳐난다.
맨발 걷기도 지루할 틈이 없다.
우선 광안대교 경치가 너무 멋지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젊은 아가씨, 나이 지긋한 중년부부, 외국인, 어린아이들까지 너도나도 맨발 걷기에 열심이다. 간혹 모래사장에서 찜질을 하거나, 물에 들어간 사람도 보이지만, 이보다 걷는 사람이 압도적으로로 많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니,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이렇게 맨발 걷기 하는 사람이 많아졌을까?"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에 열심일까?"
언제부터 이렇게 맨발 걷기가 유행이 되었을까?
요즘 맨발 걷기가 대세다. 웬만한 공원, 산책로, 해수욕장 할 것 없이, 맨발로 걷는 분들이 가득하다.
언제부터, 왜 이렇게 열풍이 일어났을까?
2011년 세종시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대전 계족산에 있는 '황톳길'을 맨발 걷기 했던 적이 있다.
모 소주회사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의도로, 계족산 등산로 한편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만들었는데, 주위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때 처음 가족들과 황톳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발바닥에 끈적하게 와닿는 황토의 촉감, 체중이 가해지면서 발가락 사이사이로 황토흙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간지럽게도 하고 묘했다. 그 느낌이 좋아 자주 가고 싶었지만, 세종에서 거리가 상당히 있다 보니, 이후 자주 가지는 못했었다.
최근 방송에서, "맨발 걷기의 효능"에 대해 보도된 적이 있다. 맨발 걷기를 하면, 몸 안의 혈관이 자극되어, "혈액순환, 근육강화, 스트레스 해소, 만성염증예방"등 다양한 건강증진효과가 있다고 한다. 맨발 걷기 효능 설명을 보니,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다소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이처럼 우리 몸 전반을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맨발 걷기"라는 용어 대신 "어싱(Earthing)"이라는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다.
2012년 국제학술지, '환경과 공중보건'에 실린 논문에서 이 용어가 처음 소개되었다고 한다.
("접지: 인체를 지구 표면의 전자에 재연 결하는 것의 인체 건강 영향"(Earthing : Health Implications of Reconnecting the Human Body to the Earth's Surface Electrons))
맨발 걷기를 하면서, 우리 몸의 일부분을 지구표면에 접촉시키면, 지구가 가지고 있는 전자가 몸에 연결되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여러 가지 병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로, 맨발 걷기의 효능을 설명하는 수단의 하나로 "어싱"이라는 용어가 종종 이용되고 있다.
계획도 없이 갑자기 다녀왔던, 광안리 해수욕장 맨발 걷기.
1시간 정도 맨발 걷기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오후 1시에 출발했는데, 집에 오니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장장 6시간의 먼 거리를 다녀온 것이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해변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지구의 전자가 내 몸속으로 많이 들어와서 그런 걸까? 복잡한 이론은 잘 모르겠지만,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날 밤에도 깊게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맨발 걷기 덕분에 대중교통으로 부산에도 다녀오고, 광안리 해수욕장의 젊은이들의 기분도 느껴보고,
맨발 걷기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6시간 먼 길을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맨발 걷기"가 주는 효과가 확실함을 알 수 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해 주었으니까.
이젠 해수욕장에 갈 때, 물이 차가울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날이 덥지 않고 선선하면, 오히려 걷기에는 더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