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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4시간전

32도와 12도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폭염주의보 내린 날, 자수정동굴에서


6월 초 폭염주의보


아직 여름이라 하기 이른 6월 초인데, 날씨가 너무 덥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꽃구경을 하며, 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에 튤립이 같이 피어 화사한 분위기를 더했다. 5월 들어 벚꽃이 지고 나니, 뒤를 이어 장미꽃이 화려함을 뽐냈다. 장미도 지고, 이제 조금씩 날이 더워지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여름이라 하기 이른 6월 초 어느 날, 울산에 낮 최고 온도가 32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 울주군 언양에 있는 '자수정 동굴'을 방문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자수정이 발굴되던 곳이라 한다. 1960년에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이후 30년 동안 본격적인 상업 채굴이 진행되다가, 1990년경부터 채굴이 끝났다고 한다.


'자수정 동굴나라'는 폐광으로 방치되어 있던 곳을,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다. 1990년 이후 방치되었던 곳을 2010년부터 관광지로 개발했다. 매년 조금씩 편의시설과 볼거리를 조성했다 한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분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자수정, 보라색 천연보석


'자수정'은 '석영'중에서도 보라색을 띠는 것을 말한다.

고대 신라시대 때부터 천연보석으로 활용되었다. 신라시대 왕실 무덤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자수정' 장신구가 발견되고 있다. 지금도 아주 고가는 아니지만, '준보석'으로 취급되는 고급 광석이다. 특히 우리나라 '자수정'은 불순물이 적고, 투명한 빛이 나서, 다른 나라 자수정보다 인기가 좋다고 한다.


처음 자수정 동굴을 들어갔을 때, 무척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굴 안에 온도계가 있었는데, 1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날 바깥 온도가 32도였다. 무려 20도 차이가 난다. 여기에다,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머리에 맞으니, 더 차갑게 느껴졌다. 동굴에 들어오기 전, 점퍼를 입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어린 시절,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을 보다가, 무서운 장면을 나왔을 때처럼 팔뚝에 소름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것은 기분 좋은 소름이었다.


동굴 내부에는 광부들이 채굴해 나가던 암반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동굴을 파 들어가다가, 자수정 덩어리를 발견하면 며칠(때로는 몇 달)에 걸쳐 캐어냈다고 한다. 동굴 한쪽에 조명을 설치해, 이런 자수정 덩어리를 처음 발견한 모습을 재현해 두고 있었다. 자수정 덩어리가 많은 경우에는 2-3주 동안 수백억 원어치를 캐낸 적도 있다고 한다. 힘들게 동굴을 파다, 자수정 덩어리를 발견했을 때, 광부들이 느꼈을 환희와 흥분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 보았다.


동굴 한쪽에는 광부들이 채굴하던 모습도 재현해 두었다. 지금처럼, 굴착기나 폭약 등 장비가 좋지 않을 때, 사람의 힘으로만 힘들게 채굴하는 모습이었다. 일제 강점기라 그런가, 죄수옷 같은 허름한 복장에 광부들의 표정도 무거워 보였다.



동굴 내에서 발견된 자수정 덩어리


광부들이 동굴에서 자수정을 캐던 모습을 재현






광산에서 관광지로 변신


울산에만 이런 자수정 동굴이 100곳이 넘는단다.

우리나라가 광물자원이 희박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보석의 일종인 '자수정'이 이렇게 많이 묻혀있었다는 것이 의외로 느껴진다.


자수정 동굴은 이전에 가보았던 울진 성류굴 같은 자연동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자연동굴이 주는 신비로움, 자연 그대로의 경관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보석을 캐는 광산의 내부를  있다는 점에서는 특이했다. 석탄 광산처럼, 내부가 좁고 탁한 것이 아니라, 보석을 채굴하던 광산이라 그런가, 밝고 환한 느낌이 좋았다.


자수정 동굴에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걸어서 탐방하는 코스가 있고, 고무보트를 타고 둘러보는 코스도 있다. 캄캄한 동굴을, 물길을 가르면서, 깊숙한 곳까지 탐험하는 스릴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가장 힘든 일을 하던 광산이,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점도 특이했다. 시절, 힘들게 일하던 광부들의 모습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이것이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던 날, 동굴 안 온도는 12도"


동굴 안에는 항상 12도에서 16도 정도가 유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춥게 느껴지고, 반대로 한겨울에는 따듯하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얼음동굴' 겨울에는 '난방동굴'이라는 별칭도 붙였단다.


'언양 자수정 동굴'

보석광산을 둘러보고,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곳,

올여름이 가기 전에 지인들을 모시고, 한번 더 방문해야겠다. 이번에는 웃옷을 입고 들어가야겠다, 동굴 안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자수정 동굴내부 관람로, 공간이 넓고 쉴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자수정 동굴 내 수로를 고무보트를 타고 탐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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