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추억

쓸쓸한 계절,
쓸쓸하지 않도록
빛이 나를 감싼다.

빛에게도 두 팔이 있다.
외로움으로 골격이 자란
사람 하나를 발견하면​
빛은 허락도 구하지 않는 박력으로​
우선 먼저 사람을 안고부터 본다.

외로운 사람 앞에서는
빛도 휘어질 줄 안다.
차마 직선으로 찌르지 못할
사람 앞에서는 빛도 눈치가 있어
곡선의 동정심을 펼쳐 안는다.

땅의 미련 따위
우습게 여기는 사람,
이미 하늘로 마음이 떠나버린
사람 하나를 발견하면
얼른 빛 하나를 지상으로 내려보내
강물에 띄울 줄 아는 융통성도 있다.

하늘에서 빛나는 빛,
그리고 이 땅에 내려온 빛이 함께
나를 끌어안았다.
한동안 빛의 품속에 파묻혀 있었다.
빛의 압력 속에서 겨우 숨을 쉬며
한동안은 쓸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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