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한 자에게는 모든 것이 쉽고
나태한 자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합니다
-벤자민 플랭클린
어젯밤, 나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필사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플랭클린 이름에서 플, '플'자에 획 하나를 빠트린 걸 발견하고 웃는다.
바쁘게 살 땐 오히려 근면하여 모든 것이 쉬웠는데
한가롭고 여유 있는 삶이 주어지니 내 시간을 소홀히 여긴다.
아프다는 핑계도 한 몫한다. 인간은 낮 시간 어느 정도는 직립보행을 해야 할 텐데 내 낮 시간은 웅크리며 몸의 고통이 지나가길 바라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 와중에 좋은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 유쾌한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유쾌한 사람이 되어 병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슬픈 글을 읽으면 감성에 젖어 시가 써지므로 나는 시인이 된다.
하루에도 나는 이렇게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낸다.
그래도 일상 속에서 나태하지 않고 근면하고 싶다. 그게 나에게는 욕심인 줄 알면서도 후다다닥 움직이고 싶다. 달리기를 하고 싶다. 어제 무단횡단하며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보았는데 무단횡단을 질책하는 마음보다 그 사람의 성성한 팔다리 동작이 부러웠다.
순천의 죽도봉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나라는 사람은 그 봉우리를 오르는 계단을 좋아한다. 그 계단은 나를 두 발로 걸어 오르게 하다가 어느 순간 네 발로 걷게 만든다. 죽도봉을 찍은 사진 한 장이 어디 있을 것인데 잠깐 찾아봐야겠다.
더 좋게 찍은 사진이 있을 텐데 지금 좀 시간이 없다. 목적지인 봉우리로 향하는 그 길을 환한 빛이 비춘다. 가장 크게 그 길을 비추는 빛은 달빛이네?
사진 속 갈지之자 코스로 가야 완만하고 평탄한 길일테지만 나는 또 다른 길, 거의 수직 수준의 계단을 애정한다. 오늘 거기를 오를 셈이다. 나의 쉬운 하루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