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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는 일

by 김추억

단단하게 몽우리진 동백을 보았다.
너무 단단히 꽁꽁 싸매진 꽃봉오리를 보면서
과연 이게 펼쳐지긴 할까 의문이 들었다.
어느 세월에 다 펼칠까 조급한 마음까지 들 정도
숨 막히게 꽁꽁 싸매졌다.
그런데 이내 쓸데없는 의문을 품었다 싶었다.
펼쳐지지 않은 꽃을 본 적이 없으니까.
펼쳐지지 않는 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늘에서 내리는 따사로운 빛이 있으니까.
땅을 적신 빗물이 결국 봉오리까지 갈 거니까.
보이지 않는 바람이 늘 응원할 테니까.
꽃잎이 펼쳐지는 일에 의문을 품지 말자.
기우杞憂, 이런 게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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