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간호사

by 김추억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은 힘든 일이다.

사명감이 있어야, 사명감을 되새기고 되새겨야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직종이다.

진상환자, 진상보호자들이 수시로 간호사들을 호출한다.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 원망 불평이 지나칠 때가 있다. 가만히 지켜보는 나도 분통이 터진다. 그럼에도 잘 설명하며 그들을 달래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인내심이 놀랍다.

그래서 내가 존경하는 직업 중의 하나가 간호사이다.

간호사 선생님의 휴대용 통?을 보고 간호사는 출근해서 점심시간 외에는 짬이 나서 쉬는 시간이 거의 없겠구나 싶었다. 짬이 나는 시간에 짬이 날 때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즐비할 것 같기 때문이다.

반창고를 쓰기 좋게 잘라 예술적으로 예비하는 일, 주사기등을 챙겨 놓는 일, 의사의 처방대로 환자의 수액을 준비하고 메모하는 일 등등 굉장히 바빠 보인다.

의사의 처방이 있고 난 후 그다음의 역할은 오로지 간호사들의 몫이다.
환자들의 혈압과 맥박,체온,당수치를 정해진 시간에 체크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말들을 해 주신다.
혈압이 낮으면 다리를 좀 높여 놓고 계시라고 말씀해 주시고 고열이 나면 해열주사를 주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등장하셔서 이제는 괜찮다고 안심도 시켜 주신다.
걱정해 주는 말, 위로해 주는 말, 다정하고 유쾌한 말 등등 한마디 한마디가 감사해서 마음도 같이 간호받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따뜻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갇혀있지만 이 공간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글로 누군가를 간호하고 싶다. 내가 누군가의 글로 간호받고 있는 것처럼.
나의 집필실은 훌륭하다. 때가 되면 알아서 착착 밥이 나오고 큰 방해 없이 글을 쓸 수 있다. 강제로 결박당해 글만 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많은 작가들이 어쩌면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ㅎㅎ

나도 누군가를 간호할 수 있다.
반창고를 예술적으로 붙이시는 간호사 선생님이 오늘 그 사실을 내게 알려주셨다.

keyword
이전 05화아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