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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커스의 비파나무

by 김추억

작년 겨울, 크로커스 카페 골목에서 비파꽃을 발견했다. 그래서 비파꽃은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파꽃을 마주하며 그 자리에서 詩를 썼었다.

이가 시리도록 추운 이 한파 속에서 꽃을 피우다니... 철없다고 하려다가 자세히 보니 천연 무스탕 입은 것 같았다. 믿는 구석이 있어 꽃을 피웠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히 보면 잎사귀 뒷면에도 솜털이 나있다.

<털옷 입은 꽃>
한 겨울, 아침 응달에
비파꽃 너는 어쩌려고 피어서
나를 걱정시킬까

​아! 다행이다
자세히 보니 털옷 입었네
털옷 입고 추운 겨울 버티겠네

​그나저나
누가 네게 털옷을 입혀주었니
참으로 자상하여라





'그'에게 며칠 전에 연락이 왔었다. 내가 퇴원하고 돌아오면 자신이 자주 가는 크로커스 카페에서 차를 대접할 겸 기다린다고.

크로커스?

크로커스는 나도 글을 쓰러 자주 갔던 곳인데... 그와 시간대는 겹치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는 곧 모든 학업과 일을 마치고 순천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크로커스의 비파꽃을 알려주었다. 혹시 크로커스에 가게 된다면 올해도 크로커스의 비파꽃이 털옷을 입고 피었는지 봐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어제 사진을 보내왔다.


올해도 따뜻하게 피어났구나. 올해 피어난 크로커스의 비파꽃을 순천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다니ㅜㅜ털옷입은 꽃을 보니 마음이 따스해져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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