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몸이 응급할 때가 있다.
몸 안에 이 주사, 저 주사 자꾸 넣어서
몸을 달랜다.
누워서 하는 일은
처마밑 똑 똑 떨어지는 빗물 쳐다보듯
똑.. 똑...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수액 쳐다보기.
내 눈물 같다.
뚝 뚝 떨어지는 내 눈물.
수액 두 개는 내 두 눈, 하나 더 남네.
남은 수액 하나는
울고 있는 내 마음.
<행운>
오래전 어느 군부대의 저녁 식사 때 일이다.
그날은 특식으로 돈가스가 나오는 날이었다.
병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앞에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알고 보니 돈가스를 1인당 1개가 아닌 2개씩 돈가스를 나누어 준다는 소식! 병사들은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일순간에 병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돈가스가 2개인 대신 소스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부식 담당 병사가 실수로 돈가스 한 상자와 소스 한 상자가 아닌 돈가스 두 상자를 가져온 것이었다.
여기저기 병사들의 불평이 들렸다.
"소스도 없이 맛도 없게 돈가스만 2개 먹으란 말이야?"
그때는 한 선임병이 말했다.
"다들 그만 불평하자. 분명히 어떤 부대에서는 지금쯤 돈가스 없이 소스만 2인분 먹고 있을 거야."
어디서 들어 본 군대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제 내게도 이와 비슷한? 생애 처음 특별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제 늦은 오후, 원래 내가 이용하는 병원에 갔다. 그곳에 의사들은 많았지만 내 병을 치료해 줄 만한 의사가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갔다.
애매한 시각에 병원에 온 나를 위해 원무과 직원이 부지런히 전화를 돌려 의사를 찾았다. 누구누구 의사는 회진 중, 누구 의사는 내일부터 휴가, 어쩌구 저쩌구.
응급실 진료를 받겠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내과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나를 진료해 주시겠다고 하셨단다.
진료 후에 기초 진단 검사를 받고 나는 병실에 오자마자 드러누워 자버렸다. 한참 후에 식사를 가져오신 여사님께서 "오늘만 이렇게 드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환자들은 식판에, 나는 비닐봉지에 싸여온 식사를 마주했다. 애매한 시간에 입원한 나의 식사를 급조하신 것이었다. 죽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앗! 젓가락이 세 짝이야!
웃음이 나왔다. 완전 러키 비키잖아!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나에게 좋은 일!
흐흐흐 누구한테는 젓가락이 한 짝만 갔을 것 같아!
운 좋게 나한테 세 짝이 왔네!
젓가락 두 짝을 사용해 식사를 했다.
남은 젓가락 한 짝이 소중하여 버릴 수가 없었다.
이걸 우짜지?
아! 집에 있는 감자나무 지지대로 써야겠다!
감자나무는 자라면 자랄수록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