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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뚫렸네, 먹구름 위에도 태양은 뜬다.

by 김추억


<하늘은 뚫렸네>

아픈 게 죄다.
아픈 나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힘들다.
그래서 아픈 게 죄다.
그래서일까?
나의 창밖으로 보이는 거라고는 사방이 꽉 막힌 옆 병동의 담벼락뿐.
죄인처럼 갇혀 있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심심치 않게 바라보며 사색하고 싶었는데 답답한 담벼락뿐이라니 야속했다.

기운이 없어 누웠는데 하늘이 보인다.
사방이 막혀 있어도 하늘은 뚫려 있다.
구름친구 지나가길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먹구름 위에도 태양은 뜬다>

오늘은 하늘이 흐리다.
비가 시원히 내려서 가뭄이 해소되길.
내가 5학년 어린이였을 때
서울에서 오신 여선생님이
교실에 명언들을 잔뜩 붙여 놨었다.
딱 하나 간신히 기억 남는 명언,
아니 인생의 시련을 마주할 때마다
기어이 생각나고야 마는 명언 하나.

"먹구름 위에도 태양은 뜬다."

내 창밖 풍경에 마지막 잎새는 없지만
하늘이 있다.
먹구름 낀 하늘이라도 하늘이 있다.
그 이면에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이따금씩 날아가는 새들도 있다.
너무 빨라 무슨 새인지 확인할 틈도 주지 않아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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