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by 김추억

다 이유가 있다.
여름 내내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도시의 매연을 정화하는데 큰일을 하고
가을엔 황금빛 나뭇잎으로 힐링까지 하게 하는
고마운 은행나무

하지만 이맘때가 되면 슬슬 사람들이 은행열매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감싸 쥐고
눈살은 찌푸리며
은행나무를 피하게 된다.
그래서 은행나무의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시청에서 열매를 털어낸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은행의 이 냄새는 사실 곤충이나 동물의 접근을 차단해 자신의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은행의 이야기는 못 들어 봤지만...)

고약한 냄새가 실은 말 못 하는 식물의 모성애이자
생존 전략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뒤따라오는 생각은...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싫어하고 피하고 싶은 대상 혹은 고약한
상황들이 어쩌면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관대해지고 깊은 여유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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