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 借景

by 김추억

*차경 (借景)
배롱나무 핀 시절에 왔으면 어땠을까
시원한 계곡물 넘치는 장마철에 왔으면 어땠을까
매화꽃 피는 시절에 왔다면 어땠을까
연둣빛 봄,
쪽빛 무성한 여름,
화려한 가을 단풍을 다 비켜
앙상한 겨울에 왔네
그렇게 또렷한 누각을 보고 가네
누각 주변만 정원이 아니네
차경하기 제일 좋은 때에 와서
저 멀리 산들도 정원으로 빌려오고
저 하늘의 해와 구름도,
우주까지도 다 정원으로 끌어왔다네
그랬더니 나는 누각의 겸손한 기와조각이 되었고
연못 속 단풍잎 하나가 되었고
바람에 사뿐히 흔들리는 댓잎이 되었다네
물소리와 함께 데굴데굴 구르는
작은 돌멩이가 되었다네


*차경 (借景)
명사 <건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주위의 풍경을 그대로 경관을 구성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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