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놀리기

by 김추억

예쁜 꽃을 보면 저도 벌과 나비가 되어

그 꽃 앞에 한참을 머무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꽃에게 유혹되어 빼앗긴 내 시간이

말도 못 합니다.

꿀은 얻어가지 못해도

향기는 얻어 갈 수 있고요,

예쁨을 눈과 마음에 각인시켜 갑니다.

꽃들은 제 앞에서 유독 부끄럼을 타요.

저는 꽃들의 정맥과 동맥,

모세혈관과 혈소판까지 보거든요.

그러니 꽃들이 제 시선에 부담을 느끼며

부끄러움을 타요. 어쩔 줄 모르고

바람 부는 틈을 타서 몸을 배배 꼬네요.

붉은 꽃은 더 붉어지고

분홍꽃은 더 수줍어져요.

제 시선에 꽃의 혈액순환이 빨라져요.

짓궂은 저 때문에

꽃은 실핏줄까지 터질 듯하네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더 장난스럽게 쳐다보죠.

그래도 막 싫지만은 않대요.

이전 11화결단 決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