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꽃

by 김추억

<패랭이 꽃>
우리 딸이 언제 너를 오려 놓고 갔을까
가위질에 한창인 우리 딸의 만행이 분명하다

가위질 참 서툴다
가까이서 보면 삐뚤빼뚤,
다행히 멀리서 언뜻 보면
전체는 조화롭게 펼쳐졌다

패랭이꽃에 입맞춤하고 다니느라
내 입술이 다 부르텄다
패랭이 얼굴에 묻힌 빨간 립스틱 자국,
그것이 내 소행인 줄 사람들은 모른다

우리 딸 가위질과 판박이네
언제 와서 이 많은 꽃들을 오리고 갔을까
나는 입술이 아픈데
우리 딸은 손아귀 아프겠다

작년 봄, 아파서 누워만 있었다.
병원에 누워 있느냐, 집에 누워 있느냐 그 차이만 있었다.

"꽃구경 가고 싶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내가 하는 혼잣말을 딸아이가 냉큼 들었나 보다.

"엄마, 꽃 보고 싶어요? 내가 꽃구경 시켜 줄게요."

그러더니 딸아이가 가위질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가위질로 꽃을 만들어 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느냐 물어보니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걸 옆에서 봤단다.


하양 하양 종이꽃에서 달큰한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카네이션인 줄 알았었는데
오늘 보니 패랭이꽃이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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