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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월 隱月

by 김추억


<은월 隱月>

선명한 낯빛으로 오시는 걸 보았기에
얼른 달님을 향해 내달렸지요
달님이 만드신 금빛 시냇가를 건너고
달님이 뿌리신 은빛 대기를 젖혀나갔지요

어쩐지 달님은 내가 다가갈수록
야속히 멀어지시네요
멀어지시더니 구름 속에 숨으시네요
그렇다고 님의 밝음이 어디 가나요
님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이 어디 가나요

숨으셔도 숨겨지지 않는 님의 빛이
내 속의 외로움을 훤히 비추니
덮어두었던 연모의 붉은 휘장도
속수무책 적나라하게 벗겨지네요

화려한 배롱꽃이 아무리 나를 감싸도
나는 초라하고
은은한 달빛만이 나를 환하게 할 수 있건만
님은 왜 자꾸 나를 멀리하시나요

님에게 다가갈수록 깊어지는 외로움에
그만 걸음이 휘청거렸네요
밤하늘 님을 향했던 애달픈 고개는 숙여지고
슬픔이 배어버린 쓰라린 등을 님께 보여요

​숨으시고
멀리 달아나네요
대신에 다른 여인에게
휘영청 밝은 빛을 비추지는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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