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비행하는 날파리 한 마리를 손바닥으로 짝! 박수 쳐 때려잡았다. 처음부터 죽일 의도는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손바닥이 나가버린 거였다. 박수 친 손바닥을 펼쳤더니 이런,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한날한시에 두 마리를 보내버린 거였다.
부드러운 티슈 한 장으로 날파리 두 마리를 함께 염殮하고 쓰레기통을 묘지 삼아 보내주었다. 비누로 박수 친 손바닥을 씻고 앉았는데 괜한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날파리가 한 마리였다면 이런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떨어져 비행했다면 따로따로 박수를 쳤을지라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리라.
누가 봐도 그 두 마리는 날면서 사랑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게 붙어서 쌈박질을 했다기엔 비행이 너무 유유했었으니까. 그들은 연인 사이였을까, 부부 사이였을까. 아무튼 그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할 때에 내가 그들의 사랑을 압사시킨 것이다. 손을 깨끗이 씻었다고 내가 무죄할까. 이 찜찜한 살인의 추억에서 나는 마음이 편안하고자 사고를 합리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불륜이었을 거야, 분명 불륜 사이였어 그 날파리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아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불륜으로 태어난 아기 날파리는 불운한 인생을 살았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외치는 날이 많았을 거야. "이럴 거면 나를 뭐 하러 난 거야!"라고 외치면서 우는 날이 무척이나 많았을 거야.'
나는 어느 아기 날파리의 비극적인 탄생을 막아냈고 서러운 인생을 살아갈 어린 날파리의 눈물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뿌듯함을 가지기로 했다.
'이 세계는 고통스러운 곳이야, 내게 오히려 감사해야 해'라며 괴로운 후회와 찜찜한 죄책감을 결여시켰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