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그건 틀렸어
오늘 진로상담을 요청한 학생이 왔다.
“서울에서 신입으로 일도 하고 싶고, 일본 워홀도 가고 싶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가면 나중에 제가 뒤처질 것 같고, 돈 버는 시간이 생길 때 불안할 것 같아요.”
그 친구의 눈빛을 보는 순간, 10년 전 내가 보였다.
2016년, 나는 잡서포터즈 활동을 하던 스물셋이었다. 친구들에게 “나 이거하고 싶어”라고 이야기했던 꿈들이 참 많았다.
어떤 친구와는 기부 아이템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언어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양한 업체에 무료 번역을 제안하며 컨택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함께했던 친구가 어느 날 말했다.
“우리는 실패했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다. 그 순간엔 정말 실패한 것 같았다. 쓸데없는 일을 한 것 같았다.
한복축제를 기획하면서 플래시몹을 했던 그 뒤로, 나는 10년간 “춤을 배우고 싶다”라고 말만 했다. 인사 캠페인을 기획했지만 학생회와 협업까지만 가고 흐지부지되었다. 고등학생 때 인문학을 배우며 미래세대 아이들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어른의 힘을 가지지 못해 무기력했다.
20대 내내 누군가는 내가 하는 일들을 ‘쓸데없는 것’이라 구분하며 나를 좌절시켰다. “우린 실패했다”며 우리가 했던 일들을 축소시킬 때, 그 순간 누구도 나를 돕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올해부터 잡서포터즈 담당자가 되었다. 10년 전 면접을 보러 갔던 내가 이제는 면접을 본다. 페이스북에 PPT 레이아웃으로 만든 소박한 채용공고를 올리던 내가, 이제는 카드뉴스를 제작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실패했다던 기부 프로젝트는 이제 돈 기부만이 아니라 직접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10년간 말만 했던 춤은 요즘 단축근무 때 케이팝댄스 학원을 다니며 배우고 있다. 동화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던 고래 프로젝트는 이제 내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업로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학에 온 지 반년, 초반에 그냥 인사만 열심히 했더니 뒤에서 좋게 평가해 주신다. 흐지부지됐던 인사 캠페인이 결국 이렇게 씨앗을 틔웠다.
느리지만, 정말 느리지만, 나는 결국 하고 있었다.
과거의 나는 알고 있었을까. 네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너의 구원은, 결국 너라는 것을.
먼 시간을 지나 돌아보니 날 구한 건 결국 나였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 내가 아이들 앞에 설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그 학생에게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의 불안을 해결하는 것도 결국 오늘 하루를 보낸 자신일 거예요.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모여 단단해지고 능력이 생기는 10년 뒤, 본인에게 이야기할 거예요. ‘너 그때 포기한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냥 천천히 했네’라고.”
10대일 때 무기력하게 꿈만 꾸던 나에게, 20대에 실패했다는 말을 들으며 좌절했던 나에게, 누군가 이런 손을 내밀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그 손을 내밀고 싶다.
그들은 미래의 씨앗이니까. 지금은 무기력하고 어른의 힘을 가지지 못해 답답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품은 생각과 꿈들이 언젠가 꽃 피울 거라는 걸 나는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씨앗은 언제나 알고 있다. 자신이 꽃이 될 거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