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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해지 Jan 08. 2024

[책리뷰 #1]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본질을 알면 두렵지 않다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김종민-


한국에서 IT 경력 5년,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의 디자이너 생활 에세이

고졸 PC방 알바에서 구글본사의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기까지



책 소개


종민님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Interactive Developer"에서, 책의 표지와 동일한 썸네일의 "구글에서 입사 제의 받은 포트폴리오" 영상을 통해 김종민 님의 작업물을 처음 보게 되었다. 



제목이 너무 흥미로워 눌러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종민님 채널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영상.


IT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든 구글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무것도 모르던 디자인과 새내기 시절, 이 영상을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접하고 구글은 어떤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져 시청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UI/UX 디자인을 접하기 전일뿐더러 개발의 개념도 모를 상태였어서 종민님의 디자인이 굉장히 창의적이고, 이것들을 혼자 개발한 점이 대단하다는 느낌 정도만 받았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흘러 졸업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작품에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3년 전 지나치듯 봤던 종민님의 작품이 생각나 다시 검색을 했다. 그때 이 책을 알게 되었고, 학교 도서관에서 바로 대출해 읽게 되었다.


책을 대출할 때 소제목을 읽지 않아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좋은 인터랙션을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책의 소제목은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의 디자이너 생활 에세이"이다. 사용자에게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주는 방식보다는 종민님이 고졸에서 구글 엔지니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읽으면 좋은 내용


1. 동일한 분야라도 다양한 책을 읽으면 더 좋다

"책을 몇 달에 걸쳐 다 읽었는데 책 하나를 읽은 정도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처음 한 권만 읽었을 땐 이해가 되지 않던 내용이 다른 책을 보니 중요한 부분이 다른 방식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것은 지금도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즐겨 쓰는 방법인데 책을 한 권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의 다른 작가가 쓴 책을 읽어 보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지 중요한 부분은 항상 나오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일수록 중복되며 읽히니 기억에 더 잘 남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여러 작가의 다양한 설명으로 읽으니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부끄럽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로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저학년 때는 처음 다뤄보는 디자인 툴이 많아 스킬을 늘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툴공부는 책 보다 영상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주로 유튜브나 인강으로 개인적인 공부를 진행해 왔다. 어느 정도 다양한 디자인 툴이 익숙해진 지금은 예쁜 디자인이 아닌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진 상태이다. 툴 사용법이 아닌 디자인 방법론이나 개념은 영상보다 책에 해답이 많을 것 같아 새해 목표로 다독을 결심하게 됐는데, 처음 읽은 책부터 운이 좋게 독서를 통한 학습법에 대한 힌트가 있었다. 물론 책 내용에서는 플래시(애니메이션 개발툴) 학습법에 대해 언급해 주신 거지만, 올해의 독서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여러 주제의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 분야를 관통하기 위해서는 한 주제라도 여러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대체되지 않는 인력이 되는 법: 내공 쌓기

"플래시라는 특정 기술이 아닌 나만의 '내공'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은 항상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한 가지 기술에만 의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듯이 플래시라는 기술 또한 언젠간 대체될 것이니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내공'을 가지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쌓인 내 실력은 후에 플래시 시장이 죽고 HTML5가 대세가 되었을 때도 내가 뒤처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UI/UX디자이너로 일하며 FE개발자 분들과 소통한 지 어연 1년이 넘어간다.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구현하기 복잡한 애니메이션이 있으면 개발자 분들이 부담스러우실까 봐 시안 넘길 때 쭈뼛거리며 드리곤 하는데, 개발자 분들은 라이브러리 쓰면 금방 해결된다며 괜찮다고 하곤 하셨다. 라이브러리 없이 개발하면 정말 오래 걸릴 테지만, 라이브러리는 거의 복붙 수준이라 문제없다고 하셨다.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계에서 FE개발자 분들이 라이브러리를 즐겨 쓰시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종민 님의 경우에는 달랐다. 책 내용을 읽어 보면 종민 님은 라이브러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이는 코드의 최적화 문제도 있지만 자신의 내공을 쌓는 과정이라 느껴서 일부러라도 직접 개발한다고 하신다. 이런 노력은 플래시에서 HTML5로 언어가 변경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로 꼽으셨다. 책의 말단에 종민 님의 꿈으로 '장인'을 언급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것 같다. 너무 클리셰 같지만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어떤 환경이든 가리지 않고 내공을 쌓아가는 종민 님의 태도에서 깊은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3. 한 가지 언어라도 로직을 설계할 수 있는가?

"전부터 아이폰 앱을 만들기 위한 언어인 Objective-C를 공부해 볼 생각이 있었는데 레드 버스 앱은 기능이 단순해서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았다. 처음 배우는 Objective-C였지만 ActionScript와 비슷한 OOP(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라서 배우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디자인과 개발에 3일 정도 걸렸는데, 옆에서 작업을 지켜보던 한 동료는 내가 새로운 언어에 대해 빠르게 배워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감탄하기도 했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언어의 문법보단 로직(Logic)이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있고 로직을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다른 언어를 배워서 만드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문법만 바뀔 뿐이지 실제로 생각하고 구조를 설계하고 기능을 만드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는 얼마나 많은 언어를 배우느냐보단 한 가지 언어라도 로직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저학년 때 포토샵과 XD 기능을 열심히 익혔더니 피그마를 접했을 때는 따로 강의 없이도 30분 정도 적응 후 바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툴을 통달하고 나면, 이후에 다양한 툴을 배우면 배울수록 복잡해 보였던 기능들이 오히려 굉장히 단순해진다. 툴을 배울수록 머릿속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마인드맵처럼 퍼지는 것이 아닌, 역-마인드맵 방식으로 흩어져 있는 기능들이 다시 일정한 갈래로 모여 그룹화되어, 오히려 상황에 필요한 기능을 잘 꺼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개발도 비슷할 것 같다. 한 언어에서 로직을 짜는 방법만 알게 된다면, 다른 툴은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4.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내 마음을 따르기

"지금 유행하는 기술, 돈이 되는 기술은 언젠간 바뀌기 마련이다. 그것보단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돈이나 유행을 좇아 일을 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으로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

어릴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나는 구절이었다. "앞으로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며 가장 길러야 할 능력은 진짜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가려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게 믿고 있는 정보도 나에겐 중요하지 않은 정보일 수 있고, 중요해 보이지 않은 정보도 나에겐 중요할 수 있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서 뭐가 맞고 틀리냐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 내 인생의 방향성이 시류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자. 대신 나에게 모든 선택의 책임이 있으니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해질 텐데, 이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5. 역시 구글은 구글이다...(자유와 책임)

"매니저인 알렉스와 상담을 하면서 "새로운 지역과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에 알렉스는 "가장 중요한 건 너와 너의 가족이다. 회사는 그다음이다. 네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라."라고 말했다. 알렉스와 구글의 이런 배려는 그 당시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 회사에 입사하면 회사를 우선순위에 둬야 하고 회사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짰던 옛날과는 달랐다."

6개월 간의 회사생활을 하며 사적인 일로 회사일에 지장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참 난감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급하게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과제 마감 시간이 회사 근무 시간과 겹치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고용주가 있으니 다른 일은 하지 못하지만, 머릿속에는 과제 걱정뿐이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지 못하게 된다. 공적인 일에 사적인 일을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것이 프로페셔널한 자세이지만,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생기곤 한다. 나도 이런 상황에서 '그냥 빨리 과제 제출하고 오늘 밤에 다시 일하면 훨씬 능률이 오를 텐데, 아쉽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서 구글의 일보다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6. 회사가 원하는 사람과 회사를 원하는 사람

"내가 구글에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같은 회사가 나를 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라는 얘기다. 내 실력이 구글에 갈 정도로 충분해지면 구글에 가고 말고는 더는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구글을 떠나 벤처를 시작하는 분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분의 말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나갔다가 잘 안되면 다시 돌아오면 되죠."였다. 구글에 운이 좋아 합격한 것이 아닌, 실력으로 입사한 사람에게는 다시 구글에 입사한느 것쯤은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회사를 나가 창업을 하거나 관심 있는 벤처기업에 합류해해 보고 좋은 경험을 쌓은 뒤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에겐 대기업이 인생의 목표도 아니고 종착점도 아니다. 대기업에서 얻지 못하는 경험을 나가서 해보고 자신을 성장시킨다."

이번 브런치 글의 소제목 "본질을 알면 두렵지 않다"는 이 구절을 읽고 생각난 문장이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가장 중요한 본질을 잊곤 한다. 고용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회사의 목표는 수익 창출이다. 아무리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직원을 고용한다고 해도 그 직원이 자신이 받는 임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낸다면 회사는 흑자인 것이다. 단순하고도 본질적으로 생각해서, 내가 많은 임금을 받고 싶다면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이런 경지에 오르면 책의 예시처럼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갈지 말지는 나에게 선택권이 생기게 된다. 어떻게 보면 능력 있을수록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본질적인 부분은 잊어버리고 어떻게든 좋은 조건의 회사에 입사하려고 궁리하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었다. 내 실력이 좋으면 나를 원하는 회사는 많아지겠거니..라는 마음으로 괜찮은 회사 채용공고 페이지를 들락거리기보다는 내 실력을 키우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겠다.



전체적인 리뷰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라는 직업의 개념을 만들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종민 님의 태도가 매우 인상 깊었다. 유행에 따라가기보다는 우직한 자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했으니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100% 맞는 직업을 갖는다는 게 살면서 얼마나 큰 축복일까. 그리고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흔하게 읽어볼 수 없는,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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