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건 어느새 나의 소확행 중에 하나가 되었다. 요즘은 하루 배송도 많아서 주문하는 제품들 대부분이 주문한 다음 날 배송된다. 뿐만 아니라 주말, 휴일에도 배송된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생각하면서도 배송이 빠르니 좋은 건 사실이다.
아이 졸업식 때 입을 새 코트를 주문했다. 수없이 많은 손놀림으로 원하는 제품을 가격이 가장 싼 곳을 찾았다. 가장 싼 가격을 찾은 나 자신에게 뿌듯해하면서 주문했다. 주말에 주문했으니 못해도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배송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운이 좋으면 월요일에 받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화요일이 되어도 배송 소식이 없다. 혹시나 주문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아직 배송 준비 중이란다. 게시판에 배송 문의를 남겼다. 오후에 답글이 달렸는데 내일까지 확인해 보고 연락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다음날 앱에 들어가 보니 아직 배송 전이다. 이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고객 센터에 전화했다. 상담원의 응답도 어제 게시판에 달린 답글과 다르지 않았다. 확인해 보고 내일까지 연락을 준다고 했다. 상담원이 뭔 죄가 있나 싶어 알았다고 했다.
하루가 또 지나고 벌써 주문한 지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다시 앱에 들어가 보니 아직도 배송 전이고 댓글에는 확인해 보고 연락을 준다는 말뿐이다. 근데 내가 주문한 상품으로 들어가 보니 품절이라고 뜬다. 혹시 상품이 재고가 없어서 배송이 안 되는 건가? 그러면 빨리 연락을 줘야 취소하고 다른 곳에서 주문할 거 아닌가? 화가 더 차오르기 시작했다.
고객 센터에 또 전화했다. 전화 연결이 되자마자 나도 모르게 다다다 하고 쏟아내고 말았다. 상담원은 당장은 확인이 어렵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하고 연락을 준다고 한다. 상담원이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같은 말만 반복하니 짜증이 치솟았다. 확인하고 연락을 준다는 말을 하는 가운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오늘 내 전화에 응대한 상담원은 아마 아침부터 재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 성질이 좀 죽지 않았나? 상대방이 실수해도 이제 좀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오산이다. 내 성질은 아직 죽지 않았고 나는 변하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몹시 후회된다. 내 바닥을 확인하는 것 같아 기분도 좋지 않다. 좀 차분하게 대할걸,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걸 매번 생각뿐이다.
감정이 다소 가라앉고 마음이 침착해지자 주문했던 사이트에 들어가서 상품을 취소했다. 그리고 전에 두 번째로 가격이 싼 곳을 찾아 다시 주문했다. 주문하고 보니 처음 내가 주문하려고 했던 곳이다. 그냥 그때 주문했으면 될 걸을. 괜히 더 싼 곳을 찾아 헤매다 일주일이란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시간 낭비하지 말고 주문했으면, 아니 배송 전이라고 할 때 바로 취소하고 다른 곳에 주문할걸. 그랬다면 일주일간 감정 소비도 없었을 거고, 상담원에게 쏟아붓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무리 실수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고 언제나 완벽한 판단을 하는 사람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한없이 후회스럽고 나 자신에게도 창피하다.
오후에 나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상담원이 전화했다. 너무 죄송하다고, 시스템 오류가 나서 주문한 상품이 업체로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상품은 취소하셨지만 죄송한 마음을 담아 적립금을 넣어 주겠다고 한다.
아, 더 창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