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공항버스를 기다린다. 어딘가를 가고자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공항버스는 1분의 시차도 허용하지 않고 제시간에 온다. 이 복잡한 서울 시내에서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딱 맞추는지 모르겠다.
조금 막히는가 싶어도 도착시간은 원래 예정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제2 터미널에 도착해서 3층에서 출발 수속하고 짐도 부치고 나면 또다시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진다.
아침 일찍이라 커피 한잔에 샌드위치를 사본다. 느긋하게 가능한 천천히 먹는다. 그래도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아있다. 그래, 차라리 일찍 들어가서 면세점을 둘러보자, 하는 생각으로 일어난다.
이렇게 출국장으로 들어갈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헤어지는 남녀의 애절한 장면을 찍곤 하던데 나를 배웅해주는 사람은 없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보안검사까지 마치고 안으로 들어오면 면세점들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다. 문 하나만 거쳤을 뿐인데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만 같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아니, 만약 명품을 지를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삶이라면 분명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으리라. 결국은 눈요기만 하다 다리가 아파 게이트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래도 시간은 얼추 흘러 곧 탑승 시간을 알린다.
비행기에서 좌석을 확인하고 앉았다. 그래도 일찍 티켓팅을 해서 자리는 창가 쪽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 좌석은 언제 앉아도 불편하기만 하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10시간을 버티라는 건지.
젊을 때는 여행을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벅차 비행기 좌석이 좁은 건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점점 불편한 것투성이다. 비행기 좌석이 좁은 것부터 시작해서 잠자리, 먹는 것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래도 혼자 떠나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 시간을 즐겨보려 애쓴다. 혹시나 옆자리에는 누가 앉을까 괜스레 호기심이 인다. 사람들이 얼추 좌석에 차고 거의 마지막에 내 옆자리에는 엄청 뚱뚱한 중년 아저씨가 다가와 앉는다. 운도 없지. 아, 내가 무얼 기대한 건가? 갑자기 자리가 더 좁아진 느낌이다.
나는 영화 보는 것도 포기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을 자기로 한다. 새벽부터 서둘렀기에 피곤하기도 하다.
얼마나 잔 걸까? 진짜 잠이 들어버렸다. 시계를 보니 대충 3~4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이제 기내식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영화 한 편 때리면 도착할 것 같다.
마침 앞쪽에서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끌고 온다.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는 승무원에게 물 한 잔 달라는 말도 선뜻 못하고 버벅거렸다. 영어로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그때는 낯선 환경에 내성적인 면이 최고조에 이를 때였을 거다.
고기와 닭고기 중 나는 닭고기를 고른다. 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내식으로 고기는 좀 별로인 거 같아서다. 자고 났더니 식욕도 생기고 남들은 느끼하다, 먹을 게 없다, 고 하지만 나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비운다. 비행기 안에서도 이 왕성한 식욕을 어찌할 거나.
배도 채우고 화장실도 한 번 다녀오고 이제 영화를 볼까, 했는데 마침 가방에 넣어 온 책이 생각났다. 그래, 책을 보는 게 낫겠다.
기내에서 보려고 가지고 온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다. 무라카미의 책은 실패가 없다. 그리고 단편이라 가볍게 읽기에도 좋을 거 같았다.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 있었나 보다. 기내에선 곧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진짜 왔구나. 나는 10분 후면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한다. 하루는 밴쿠버 시내를 둘러보고 다음날 오로라를 보러 옐로나이프로 간다.
이제 얼마 후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버킷리스트 1순위를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