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누가 춥지 않다고 했나? 올해처럼 추운 겨울도 처음인 거 같다. 거의 2주 동안 영하의 날씨였는데 오늘 모처럼 낮에 영상권으로 올라온다고 해서 외출을 했다. 원래는 영화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조금 오른 기온과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전에 김금희 소설 “대온실 수리보고서”를 읽고 창경궁과 대온실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드디어 가보기로 했다.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가 성균관 대학교를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가면 창경궁이 보인다.
창경궁은 경복궁에 비하면 작은 궁이다. 아담한 크기지만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시야가 마음에 들었다. 조선시대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루던 명정전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가 있고 그 끝에 대온실이 있다.
처음 대온실을 마주했을 때 나는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온실과 너무 비슷해 흠칫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추운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따뜻한 온도와 향긋한 꽃 내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온실은 작은 크기였는데 가운데 작은 연못도 있고 겨울이지만 예쁘게 핀 동백꽃나무가 여러 그루 있고 처음 보는 크고 작은 식물들이 가득했다.
한 바퀴 돌아보고 군데군데 놓여 있는 긴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는데 왠지 그곳에 앉아 있으니 책 속에서 주인공 앵두의 낙원 하숙집 주인 할머니가 어릴 적 남동생과 겪었던 비극적인 일이 생각났다. 그때 전쟁통에 어린 나이에 동생과 이 온실 지하에서 숨어 지내며 얼마나 무서웠을까. 사실 그때 이 온실은 동물원이었는데 동물들도 비극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밤새 울어댔다고 하던데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이 안된다.
한참 책 내용을 떠올리며 온실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옆 벤치에 앉아 이 책을 읽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도 이 책 읽고 여기 온 거예요.” 했더니
“그래요? ” 하며 반가워하신다.
“근데 여기에 지하는 없는 것 같죠?” 하고 같이 웃었다.
아마 책 내용을 아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이리라.
“근데 저는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어요.”
“그러시구나, 재미있어요, 끝까지 읽어보세요” 하고 아쉽지만 온실을 나왔다.
온실 바로 앞 연못 춘당지는 지금은 물이 얼어 있었고 주위에 보수공사로 가볼 수는 없었다.
봄이 되면 춘당지를 따라 산책하고 대온실에 다시 한번 와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