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한편 보았다. 중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말랑말랑한 멜로 영화다. 벌써부터 보고 싶었는데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계속 못 보고 있었다. 보고 싶은데 못 보는 서운한 마음을 알았는지 평소에 멜로 영화를 싫어하는 남편이 같이 가 주었다.
이 영화는 우리 학원 중학생 친구들도 보고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슬프다고 해서 혹시 누가 죽니? 했더니 아이들은 웃으며 안 가르쳐 준단다. 스포 금지라면서.
진짜 슬픈 영화인가 보다 해서 눈물이 많은 나는 혹시 오열할지 몰라 손수건을 미리 준비해갔다. 그런데 손수건을 쓸 필요가 없었다. 내가 마음이 너무 건조한 건지 눈물이 날 만큼 슬프지 않았고 결국 나의 눈물 버튼을 자극하지 못했다. 아마 그 시절을 이미 겪었기 때문에 그런 풋풋한 감정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나 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이 어떤 장면에서 울었는지 참 궁금했다.
영화는 20대 청춘 남녀가 같은 버스를 탄 것이 계기가 되어 인연이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둘은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며 마침내 연인이 된다. 하지만 가난했던 청춘의 두 사람은 현실의 벽에 부딧치고 열심히 일하지만 서로에게 지쳐간다. 결국 정원(여자주인공)은 은호(남자 주인공)를 떠나고 은호는 그동안 끝내지 못한 게임을 완성한다. 정원도 꿈이었던 건축학과에 들어가게 된다.
둘은 10년 후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기상악화로 하루를 머무는 동안 둘은 헤어질 때 하지 못했던 얘기를 나눈다. 은호는 만약에 우리가 조금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라고 묻지만 정원은 그때의 우리는 최선이었다고, 우리는 어차피 헤어졌을 거라고 말한다. 서로가 가장 초라했던 때였지만 동시에 가장 눈부시던 때, 서로를 이해한 두 사람은 비로소 10년 전 하지 못했던 따뜻한 이별을 한다.
영화에서 20대 청춘들이 대학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부하고, 놀러 다니는 장면들을 보니 동아리방에서 밤늦게까지 기타 연습을 했던 일, 청량리역에서 밤에 입석으로 강릉에 엠티 갔던 일, 밤새 실컷 술을 마시고 새벽에 캠퍼스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봤던 일등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예전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니 참 무모한 일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추억이다.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선택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회사 사내 커플이었는데 혹시 내가 그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남편을 만나지 않았을 거고 그럼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인연은 언제고 만나게 되어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만났으려나?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짧은 하루에도 선택하는 것이 꽤 많다. 매끼 식사 메뉴를 고르고,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가방을 들지, 어떤 신발을 신을지,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등을 선택한다.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기도 한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어떤 선택이 정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론 잘못된 선택에 후회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곧 인생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