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by 재인

서머싯 몸의 작품을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현대소설도 좋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고전이 역시 좋다.


서머싯 몸의 대한 나의 기억은 대학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배짱이었는지 영문과 학생들도 꺼린다는 고급 영어 수업을 수강했다.

그 수업 때 서머싯 몸의 단편집을 수업했던 것 같다. 수업은 당연히 어려웠고 수업이 진행될수록 왜 영문과 학생들이 듣기 꺼려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쯤 들으면 재미있으려나? 아무튼 그 수업은 나에게 참혹한 C를 남긴 채 끝이 났다.

그 이후로 서머싯 몸의 작품을 다시 읽기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달과 6펜스는 후기 인상파 화가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몸은 고갱의 대해서 쓰고 싶어서 그가 죽기 전까지 지낸 타히티 섬에도 가보고 그가 살았던 집에 가보기도 했고 그와 같이 살았던 여성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고갱이 남긴 그림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평소에 고갱의 너무 과장되어 보이는 그림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가 고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를에서 고흐와의 갈등 때문이기도 했다. 그 갈등으로 고흐는 괴로워하다 자신의 귀를 자르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나. 그때 고갱의 태도가 너무 무심하고 책임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고갱의 삶을 유추해 보고 점차 그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스트릭랜드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쫓아 파리로 떠난다. 그는 파리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면서 궁핍한 자신을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동료 스트로브의 아내를 빼앗고 그녀를 자살하게 만든 몰상식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남의 아픔이나 마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처해진 어떤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말년에 한센병에 걸렸을 때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억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은 넘쳐나 이때 대작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명의 가치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겪었던 빈곤이나 고통, 질병까지도 초월한 예술가의 삶을 살아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달과 6펜스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상징한다. 달은 인간 본원의 감성적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하고 6펜스는 영국에서 당시에 유통되던 낮은 값의 은화로 천박한 세속적 가치와 인간의 욕망을 암시한다.

결국 스트릭랜드는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처절한 예술의 삶에 뛰어든 사람으로 6펜스의 세계에서 달의 세계를 갈망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저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고갱을 이해하지 못해 오해한 것처럼.

살면서 항상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했다. 젊어서는 세속적인 6펜스의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인간 본연의 달의 삶으로 옮겨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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