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좀 쌀쌀하다 생각되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봄이었다. 정말 자고 일어나 보니 봄이 와 버린 것 같았다.
한 두 번 꽃샘추위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겨울옷을 모두 정리했다. 드라이 맡길 코트류는 따로 빼놓고 패딩은 세탁기에 넣었다. 드라이클리닝 비용이 아까운 나는 캐시미어 스웨터를 얼마 전에 구입한 홈 드라이 세제로 빨아보기로 했다.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풀고 잘 접어 놓은 스웨터를 5분 정도 담가 놓는다. 그사이 건조기 구입 이후로 거의 쓰지 않았던 세탁 건조대를 꺼내 놓았다.
담가 놓았던 스웨터를 살살 주무르며 여러 번 헹궈 주고는 탈수를 했다. 캐시미어 스웨터는 비틀어 짤 수 없기 때문에 세탁기에 탈수를 1-2분 정도 해서 물기만 빠질 수 있게 하라고 했다. 탈수를 눌러 놓고 그 앞에서 기다리다 1분이 지나 꺼내보니 아직 물이 한가득이다. 다시 탈수를 1분 하고 꺼내보고 다시 1분 하고 꺼내고 3번 정도 반복하니 물기는 어느 정도 빠진 것 같다. 그대로 건조대에 눕혀 말리기로 한다.
생각보다 괜찮아서 내친김에 정장 울 바지도 도전해 보기로 한다. 같은 방법으로 세탁하고 바지는 탄탄한 재질이라 비틀어 짜고는 털어서 물기가 더 빠지도록 욕실에 놔둔다.
이번에는 거실을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화분들을 베란다로 옮기기로 했다. 화분들을 베란다로 옮기고 베란다에 겨울 내내 방치되어 있던 화분들도 잘 정리했다.
화분들을 옮기고 나니 화분 있던 자리가 텅 비어 보였다. 뭘 놓을까 생각하다 5단짜리 화분 받침대를 주문했다. 공간의 사이즈를 재어보니 주문한 화분 받침대가 딱 맞을 것 같았다. 내일 화분 받침대가 배송 오면 TV 옆에 두었던 천량금과 금전수 그리고 스파티필룸 등 작은 화분들을 올려놔야겠다.
봄이면 생각나는 노란 프리지어도 넉넉히 주문했다. 내일이면 집안에 봄기운이 돌 것 같다.
오전에 혼자 분주히 움직이다 보니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옷 정리하고 빨래하고 화분 옮기고 나니 기운이 쏙 빠져서 침대 이불은 내일 교체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새싹이 올라오고 만물이 소생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설렘이 있는 계절이라서.
언제부터인가 해가 바뀌고 새해가 되어도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게 되었다. 아마 산다는 것이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부터인가 보다.
그래도 봄이 되면 무언가 안 해본 새로운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 어디선가 좋은 소식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설레는 봄의 기운을 안고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