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때가 과연 올까? 기계의 오차 없는 정확성이 때로는 무섭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들어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해마다 새로운 것을 하나씩 도전하는 일로 작년에는 브런치를 시작했고 올해는 인스타그램을 하기로 한 것이다.
책을 읽고 리뷰하는 것을 즐기고 예쁜 신상 카페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취미를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내가 올린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보고 아직은 팔로워 수도 적고 대게는 아는 사람들뿐이지만 그래도 내가 읽은 책을, 내가 보낸 주말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중 일이 생겼다. 어제는 용마산 스카이워크란 곳에 일몰을 보러 다녀온 날이었다. 7호선 사가정역에서 스카이워크까지 가는 길은 걸어서 1시간 남짓, 좀 힘들긴 했지만 탁 트인 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붉게 물든 황홀한 일몰을 보니 힘들었던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이곳은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곳이고 주말이라 사람들은 많았지만 여러 구도도 일몰 사진도 찍고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에 인스타에 여러 일몰 사진과 더불어 스카이워크에 가는 방법과 일몰을 보게 되었을 때의 감정을 옮긴 글을 게시했다.
근데 어쩐 일인지 사진만 업로드가 되고 글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생각 없이 오류인가 하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리고 다시 사진과 글을 게시하고 오류가 생겨 다시 삭제하고 그렇게 2~3번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갑자기 이런 문구가 떴다.
“회원님의 계정 활동이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게시물을 공유할 수 없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이것저것 눌러보고 찾아보고 아는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그러다가 내가 게시물을 반복해서 올리고 삭제한 점이 문제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 ai는 이 점이 자동 감지되어 스팸으로 인식해서 내게 경고를 날린 셈이었다.
나는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 캐시 삭제도 해보고 로그아웃도 해보고 나중에는 앱을 삭제하고 다시 깔아보았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의 조언을 보니 24~48시간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나는 문득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이 일은 어쩌면 무지했던 나의 실수일 뿐인데 뭐든지 정확하게 입력된 대로만 하는 기계는 내 사정을 봐 줄리 없고, 어떠한 선처도 없다.
지인은 남의 인스타그램을 해킹해서 팔로워 수를 뺏어갈 수도 있고, 악용해 부러 팔로워 수를 늘리는 일을 할 수도 있기에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은 정확하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오히려 기계가 나을지도 모른다고. 인간만큼 허점 투성인 것이 있겠냐고도 했다.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했지만,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인간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기계에 의지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루를 꼬박 채우고 24시간이 지나 인스타가 다시 살아났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걱정했다. 새로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가 달리고 마치 나의 단절되었던 세계가 다시 열린 기분이다.
사람이 소통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