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갱년기 증상

by 재인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들이 있다. 여자는 완경기를 지나고 특히 많은 변화들이 생기는 것 같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전에는 왠지 나에게는 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나는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이 60이 넘으면 배운 년이나 안 배운 년이나 다 똑같다.라는 엄마 얘기가 생각난다. 아마 그만큼 나이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무색하다는 말이겠지.

나는 잠이 많은 편이다. 아이가 태어나고도 잠 때문에 새벽 수유를 남편이 거의 도맡아 했다. 예전 아빠 말씀처럼 자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귀가 어둡고 잠이 많아 새벽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아이가 울어도 못 일어나자 어느새 새벽 수유는 남편 차지가 되었다. 새삼스레 그때 티 내지 않고 새벽 수유를 해준 남편이 고맙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될 쯤에는 가장 걱정한 것이 아이가 잘 적응할까? 보다 내가 아이를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제시간에 잘 보낼 수 있을까였다. 다행히 지각하지 않고 아이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지각하지 않게 무사히 잘 보냈다.


그렇지만 아이가 새벽에 나가는 고등학생 시절에는 잘 못 일어나는 일도 허다했다. 가끔 내가 일찍 일어나면 아이가 불편해하고 엄마 그냥 자. 하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안한 일이지만 아침밥을 거의 챙겨주지 못했다. 일을 한다고 저녁밥도 차려준 적이 별로 없는데 아이는 아침밥도 못 얻어먹고 다녔다.

그랬던 내가 요즘 잠을 잘 못 잔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잠을 설치고 그랬는데 주기가 짧아져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오는 것 같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사실은 잠을 설쳐 버티고 버티다 결국 4시에 일어났다.


오랜만에 믹스 커피를 한 잔 타 놓고 마시며 앉아 있는데 문득 아,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오는 현상들이 있구나. 나만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왜 나에게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잠이 많아서 잠이 줄어들 때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마치 오만했던 나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갱년기가 되자 몸으로 나타나는 신체 변화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어른이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늘 어린 마음으로 살았던 거 같다. 사람들이 내가 막내일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들이 내가 나이보다 어려 보이고 막내가 가지는 철은 좀 없지만 귀엽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어른 같지 않다는 말이었다. 어른스럽다.라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것 같지 않다. 어른스럽다는 건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일이라 생각했다.

요즘 방송에서 가족 사이에 생긴 문제를 명쾌한 답으로 해결해 주고 있어 인기를 얻고 있는 이호선 교수가 그랬다.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늘 어리다고 생각하기에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계속 그 아이인 자세로만 세상을 본다고.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물론 이것도 갱년기증상 중 하나이기는 하다.) 나이가 오십이 넘어서도 어리게 사는 것이 좋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어른스러운 사고를 못 한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 나는 누가 봐도 어른이고 그러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이 맞다.

나이 오십을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지천명이라고 했던가. 요즘 계산으로 100살을 살 수 있다고 하면 이제 남은 오십 년은 하늘의 뜻을 알고 거스르지 않으며 어른스럽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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